정답이 아닌 방향을 찾아서
「열세 번째 정오」
어릴 땐 정답이 있는 줄 알았다. 수학 문제에는 반드시 하나의 답이 있었고,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길이 늘 옳았다. 어른이 되면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알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른이 된다는 건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이 점점 더 많아지는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다.
처음으로 길을 잃었다는 기분이 들었을 때, 나는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채, 발아래 흙을 내려다보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왔던 길을 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었다. 길이 없다는 건, 누군가가 미리 다져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눈앞으로 바람이 지나갔다. 바람이 가는 방향을 따라 걸어가면 길이 있을까. 아니면 그저 또 다른 막다른 곳으로 나를 데려다 놓을까.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다시 한 걸음. 정답을 찾으려 했던 시절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게.
어느 순간부터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끝없이 나를 따라다녔다. 인생이란 건 정답을 맞추는 시험지가 아니라, 나만의 답을 써 내려가는 에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에세이는 한 문장씩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이고 다시 지우고, 찢어버리고, 다시 쓰는 과정이었다.
길 위에서 나는 자주 멈춰 섰다. 이 방향이 맞는 걸까. 나는 정말 이 길을 원한 걸까. 하지만 돌아갈 수는 없었다. 뒤를 돌아보아도 길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내가 걸어온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걸었다. 길을 찾으려 하기보다, 내 발이 닿는 곳이 길이 되길 바라며.
나는 정답을 찾기 위해 애쓰던 시절을 지나,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누군가는 안정적인 직장과 결혼을 정답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유로운 삶이 정답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의 길은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내 삶의 답은, 내가 걸어가면서 직접 써 내려가야 하는 것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완벽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질문을 품고 걸어가는 일. 흔들리고, 길을 잃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도 끝내 나만의 방향을 찾아가는 여정.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길을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아주 먼 훗날. 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길들이 흐릿하게나마 보일지도 모른다. 그때서야 나는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길을 만들어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