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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우리는 서로를 다 알지 못한다.

by 온기

「열네 번째 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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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떨어진 낙엽을 보며 그날의 대화를 곱씹었다. 말이 없던 너의 표정을. 한 박자 늦은 대답을. 나지막한 목소리와 그 안에 숨어 있던 흔들림을. 나는 그것을 너의 무관심으로 해석했다. 네가 나를 멀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네 입속에서만 맴돌다 끝내 꺼내지 못한 말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는 그걸 묻지 못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쌓아간다는 것은 거대한 오해 속에서 서로를 더듬어 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단어 하나가, 사소한 표정 하나가 서로를 멀어지게도 하고 가깝게도 한다. 같은 순간을 공유하면서도 우리는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전혀 다른 것을 기억한다. 네가 말했던 "괜찮아"가 정말로 괜찮다는 뜻이었는지, 아니면 그 반대였는지. 우리가 나눈 침묵이 편안함이었는지, 외면이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때로는 더 큰 오해를 만들어 낸다.


어떤 날은 네가 멀게 느껴져 불안해졌다. 어떤 날은 오히려 내가 너를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며 상처받고, 오해를 풀지 못한 채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어쩌면 관계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오해하고, 멀어지고, 다시 돌아오고, 이해하려 애쓰는 것. 그 모든 과정이 사람과 사람을 엮어주는 실 같은 것이 아닐까.


오늘은 네게 묻고 싶다. 그날, 너는 어떤 마음이었느냐고. 하지만 또다시 묻지 못한 채, 나는 길 위의 낙엽을 밟고 지나간다. 우리 사이의 오해도 이렇게 바스러져 버릴 수 있을까, 조용히 사라져 버릴 수 있을까. 그렇게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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