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고 너의 안부

식어가는 계절 속에서 발견한 작은 온기

by 온기

「열두 번째 정오」

image_fx_ - 2025-03-19T111819.153.jpg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 잔을 손에 쥐면, 손끝부터 천천히 따뜻함이 스며든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쫓기듯 걸어가던 길 위에서도, 커피 한 모금에 모든 것이 잠시 멈춘다. 따뜻한 액체가 입술을 적시고, 목을 타고 내려가 가슴 언저리에 작은 불씨를 지핀다. 그렇게 나는 커피 한 잔 속에서 온기를 찾는다.


카페 한쪽 창가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본다. 저마다 다른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사람들. 누군가는 혼자 책을 읽고, 누군가는 소곤소곤 대화를 나눈다. 가끔은 오가는 눈빛만으로도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온기가 흐르는 것 같다. 문득 네가 떠오른다. 오래전, 우리는 이렇게 커피를 앞에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손으로 머그잔을 감싸 쥐며, 가끔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고 웃기도 하면서.


그날의 대화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네가 건넸던 작은 말들이, 조용한 위로가 되어 내 안에 남아 있다. "괜찮아?"라는 짧은 한마디, "오늘은 좀 어땠어?" 같은 사소한 질문들. 우리는 늘 그렇게 서로의 하루를 들여다보며, 작은 온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바쁜 일상 속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이 어른이 된다는 뜻일까.


다시금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네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오래된 연락처를 뒤적이다가 화면을 끄고 만다. 그저 바람이 부는 창밖을 바라본다. 언젠가, 어느 날 문득, 우리도 우연히 이 카페 어딘가에서 마주칠 수 있을까. 서로의 안부를 조심스레 묻고, 같은 온기를 다시 나눌 수 있을까.


창가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순간, 커피잔 속에는 여전히 따뜻함이 남아 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작은 것들 속에서 온기를 발견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너진 자리에서도 꽃은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