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마음과 멀어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조금 멀리 서 있어야 했다
「서른 번째 정오」
사람은 가끔, 너무 가까워서 아픈 존재가 된다.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고, 나 역시 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함께 웃는 순간이 많았고, 서로의 하루에 안부처럼 스며들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아름다웠기에, 우리는 조금씩 무방비해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의 작은 말투 하나가 내 마음을 훑고 지나갔다. 내가 던진 말 한마디에 그가 미묘하게 굳어지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가까이 있었기에 보이지 않던 균열이, 이제는 손에 잡힐 듯 느껴졌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믿었고, 그 믿음은 무언의 기대가 되었다. 기대는 실망이 되었고, 실망은 어느새 피로로 번졌다.
그래서 나는 거리를 두기로 했다. 그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를 더 이상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내가 무너지기 전에 나를 지키기 위해서.
거리는 냉정함이 아니라, 배려였다. 침묵은 외면이 아니라, 존중이었다.
내가 너무 뜨거워 그를 데우려 했던 모든 순간을, 나는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는 내게 따뜻했지만, 그 따뜻함은 때로 내 안의 상처를 녹이지 못한 채, 더 아프게 스며들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생각했다. 다만, 같은 자리에 서는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사이가 되었다. 가끔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우리는 천천히 배웠다.
어느 날, 아주 조용한 오후에 그가 문자를 보냈다. "잘 지내지? 예전처럼 너를 웃게 해줄 수는 없지만, 멀리서라도 응원하고 있어."
나는 화면을 오래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 "응. 네가 그렇게 있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문득, 이 거리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이 거리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조금 더 선명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은 꼭 곁에 있어야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때론, 멀어질 용기가 더 깊은 애정을 말해주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