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를 용서하는 시간의 강

미워했던 나에게 손을 내미는 여정

by 온기

「스물아홉 번째 정오」

image_fx (9).jpg


나는 한때 거울을 보지 않았다. 내 얼굴이, 내 눈빛이, 그 속에 담긴 슬픔과 분노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모든 잘못은 나에게서 시작된 것만 같았고, 그 죄의식은 나를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갉아먹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자신을 사랑하라고. 그러나 나를 사랑하기는커녕, 미워하지 않는 것조차도 하늘을 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한 번은 겨울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때릴 때, 나는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을 우연히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 낯선 고요함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슬퍼 보일까.”

그때부터였다. 아주 조금씩, 나는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 시절 잃어버린 무언가를 다시 찾아가는 마음으로.

image_fx (9).jpg


나는 내가 겁이 많다는 걸 인정했고,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쉽게 무너지는 약한 마음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 어릴 적부터 쌓여온 외로움이 구불구불한 뿌리처럼 얽혀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매일 밤, 나는 스스로에게 작은 질문을 던졌다. "오늘 너는 괜찮았니?" 그 물음 앞에서 나는 자주 울었다. 그러면서도 점점 덜 미워하게 되었다. 나 자신을.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건, 그저 눈을 감아주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눈을 똑바로 뜨고, 상처 입은 나를 바라보고 안아주는 일이었다.


이 여정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때로는 스스로를 몰아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다시 나를 찾아가는 중이라는 걸. 그 여정의 이름이 '사랑'이라는 것도.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오늘의 당신은 괜찮았냐고. 그 물음 속에 당신이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당신이 당신을 덜 미워하게 되기를.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나를 찾아가는 중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빛이 새어 나오는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