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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거꾸로 배웠다 #2

누군가의 시작을 돕는 일로 확장되다

by 이지현


코로나로 오프라인 활동이 줄어들고 온라인 소통이 활발해질 때, 우연히 ‘전자책 출간’이라는 세계를 알게 됐다. 전자책은 출판사 없이도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바로 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부업 열풍을 타고 퍼져가고 있었다. 누군가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고, 내가 쓴 글이 하나의 책이 되어 바로 독자에게 닿을 수 있었다.

한번 써보고 싶었다.


누군가의 책이 아닌 내 이야기로 된 한 권의 책. 그 호기심 하나로 시작한 일이 내 삶의 방향을 바꿨다.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다.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목차는 어떻게 구성하는지, 표지는 어떻게 만드는지. 강의를 듣고, 책을 찾아서 보고, 시행착오를 겪어서 첫 전자책을 완성했다.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누군가 내 글을 구매해서 읽는 것을 보고 ‘작은 가능성’을 발견했다.


‘아, 내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이 있구나!’

글쓰기와 전자책을 통해 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 길을 찾은 것 같았다. 서툰 글쓰기지만 무작정 두 번째, 세 번째 전자책을 만들었다. 이제 단순히 부업을 넘어서 내 인생 두 번째 일이 되기 시작했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표현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었다.




그 후 나는 전자책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다. 믿기지 않았다. ‘글쓰기 전공자도 아닌데, 내가 누군가에게 가르친다고? 아무리 일반인이 할 수 있다고 해도…’ 하지만 배움을 자처한 사람들은 내가 없는 스펙보다 ‘경험과 이야기’에 반응했다.


“강사님이 쉽게 말해줘서 좋아요.” “저도 그렇게 시작하면 될까요?”


그 말을 들으며 깨달았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건 ‘글쓰기 기술’이 아니라 ‘용기’가 아닐까.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 가진 언어로 한 줄이라도 써보려는 마음.


그 작은 시도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내가 해온 일이었다. 나는 글쓰기 전문가가 아니다. 문법이나 글에 대한 설명보다 내가 어떻게 망설였고, 어떻게 첫 책을 완성했는지를 이야기했다. 그 솔직함이 누군가의 불안을 조금 덜어주는 것 같았다.


경험은 자격증보다 더 깊은 신뢰를 만든다는 걸.

글쓰기를 배운 적은 없어도, 직접 걸어온 길이 있기 때문에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전할 수 있었다. 나는 ‘가르친다’기보다,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이야기를 찾아가도록 옆에서 돕는 사람에 가깝다. 그들이 첫 문장을 쓸 수 있도록 응원하고 기다려주는 일. ‘그냥 쓰도록’ 응원하는 것. 결국 글쓰기를 돕는다는 건, 누군가의 시작을 함께 지켜봐 주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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