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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밖에서 나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두번째 삶을 위한 씨앗, 내 경험으로 만드는 콘텐츠

by 이지현


"퇴사하면 뭘 하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는 질문이다. 조직 안에서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바깥에서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은 점점 더 본질적인 고민이 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불확실한 시대, 회사를 떠나 '두 번째 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콘텐츠'이다.



콘텐츠는 더 이상 특정 일을 하는 사람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는 글을 쓰는 사람, 강의를 하는 사람, 유튜브를 하는 사람만이 콘텐츠를 만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도 이런 관점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경험이 많고, 전문성이 있어도 그것을 온라인에 말하고 기록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된다. 반대로 어떤 일을 했는지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고 공유하는 사람은 직장 밖에서도 연결이 되고, 기회가 생기고, 자신을 입증할 수 있다. 회사 직함 없이도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다. 콘텐츠는 명함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를 증명해주는 가장 확실한 도구이다.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2023년 9월 출간)에서 송길영 작가가 말하는 "핵개인"은 조직 중심의 사회 질서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 이름,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을 스스로 만드는 개인을 의미한다. 두 번째 일을 위한 콘텐츠는 단순히 'N잡'이 아니라, '핵개인으로서 나'라는 존재감을 쌓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경험을 콘텐츠로 바라보는 시선



"나는 콘텐츠로 만들만한 이야기가 없어요."


주변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이럴 때 '콘텐츠 안경'을 써보자. 내 경험을 콘텐츠로 바꿔주는 새로운 관점으로 보면 어떨까? 콘텐츠는 새롭고 거창한 경험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세계 여행이 아니어도, 크게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 일상의 경험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직장을 처음 구했을 때의 경험, 실패했던 경험, 일하며 진행한 프로젝트, 인간관계의 갈등 등 모든 순간이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소재이다. 사건 자체 보다 중요한 건, 그 경험을 통해서 내가 무엇을 느꼈고, 어떤 고민을 했고, 무엇을 배웠는가다. 그 과정을 글로, 말로, 이미지로 표현하면 그것이 콘텐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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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만의 ‘소재창고’를 가지고 있다. ⓒ unsplash관련사진보기




누구나 가진 나만의 소재 창고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걸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미 내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소재 창고를 가지고 있다. "내 인생을 글로 쓰면 책 한 권"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자격은 충분하다. 지금까지 겪어온 수많은 일, 그때의 감정, 그 과정에서 느낀 생각들이 바로 그 재료이다.


'이미 나에게 있다고?'


내가 자주 사용하는 SNS가 있다면 한번 찬찬히 살펴보자. 일기도 좋다. 블로그에 올린 사진, 글에서 어떤 주제에 대해 많이 적었는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책을 주로 있는지 찾아보자. 기록은 요리의 재료처럼 콘텐츠 자산이 되고 나만의 고유한 이야기가 된다.



누군가는 여행 사진을 남기고, 또 다른 사람은 아이 돌보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또 어떤 이는 읽은 책에 밑줄을 긋고 감상을 적는다. 이 모든 것은 남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처럼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한 번 뿐인 경험과 감정의 흔적이다. 바로 여기서 콘텐츠가 시작된다.



송길영 작가가 말하는 <시대 예보 : 경량문명의 탄생>(2025년 9월 출간)에서는 과거 대규모 인프라, 대량 생산 위주 방식보다 작고 유연하고 민첩한 개인 또는 소규모 조직이 더 유리해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본다.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멋지고 완벽한 시스템이나 도구 보다 내가 바로 기록하는 작은 일상의 소재, 나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연결되는 콘텐츠가 더 현실적이고 꾸준히 지속할 수 있다.



콘텐츠는 단지 수익을 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나를 이해하고, 나의 경험을 '아웃풋'으로 꺼내 세상에 보여주는 하나의 방식이다. 우리는 더 이상 하나의 직장만으로 평생을 살아가지 않는다. 이직, 퇴사, 창업 등 다양한 경로를 고려하며 살아간다.



이런 흐름 속에서 콘텐츠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두 번째 삶을 위한 씨앗이 된다. 지금은 미약해 보여도 기록을 쌓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 과정이 언젠가 나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단이 된다. 씨앗은 이미 당신 안에 있다. 이제 꺼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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