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는 날의 소중함
둘째 아이가 저녁에 갑자기 토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식중독을 걸려 왔다. 처음엔 한두 번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틀 동안 이불, 침대, 베개, 바닥 모든 곳에 토했다. 치우면 다시 토했다. 감당하기 어려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첫째 아이도 쓰러졌다. 같은 증상과 더불어 설사가 되풀이되었다. 화장실로 달려가다 미처 못 가서 팬티에 실수를 한 아이는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아이 눈에는 아픔보다 민망함이 더 컸다. 나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손이 움직이는 동안 가슴 어딘가가 먹먹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아픔을 견디고 있었다. 그저 치우고 씻기고, 다시 치우는 일을 반복했다.
이불 세탁만 3주가 걸렸다. 큰 이불, 작은 이불, 베개 커버, 침대 시트. 빨아도 빨아도 끝이 없었다. 세탁기가 쉬지 않고 돌아갔고, 빨래대에는 늘 젖은 이불로 가득했다. 마르기도 전에 다음 이불을 빨아야 했다. 손으로 빨랫감을 살균하고 애벌빨래를 해야 했다.
학교에서는 역학 조사를 한다는 알림을 준다. 같은 증상을 겪는 아이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뭐가 달라지나. 아이들은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알림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결국 내 차례가 왔다. 몸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속이 뒤틀리고, 기운이 빠지고, 눕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아이들을 돌보던 손이 이제는 내 몸 하나 추스르기도 버거웠다. 일주일이 그렇게 흘렀다. 온 가족이 차례로 쓰러지고, 차례로 일어나는 동안, 집 안에는 소독약 냄새와 빨래 냄새가 뒤섞였다.
그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일상이 돌아왔다. 아이들이 밥을 먹었다. 토하지 않았다. 화장실도 그냥 갔다. 나도 조금씩 기운을 차렸다. 그제야 안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일을 하고, 저녁을 먹고, 아이들을 재우는 하루. 특별할 것 없는, 그냥 흘러가는 하루.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몸이 아플 때야 안다.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게 된다. 하늘을 보고, 내가 원하는 그곳으로 걷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웃는 것에 감사한다. 빨래가 쌓이지 않는 것에 감사한다. 밤에 푹 잘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이 작은 것들이 전부 고맙다.
불행이 아닌 것이 행복인 것을. 오늘 아침, 서하가 밥을 한 그릇 다 비웠다. 첫째도 학교에 갔다. 아무 일도 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이 얼마나 좋은 날인가.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먹고, 각자의 자리로 향하는 특별할 것 없는 하루.
태풍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됩니다.
무탈하게 흘러가는 이 지루한 일상이 얼마나 눈물겹게 고맙고 귀한 것인지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