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위에 누운 아이

다음 날 아침, 네가 온몸으로 말해준 고마움

by 온곁



어릴 때 아버지가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하얀 귀여운 강아지였다. 집이 외딴곳에 있어 강아지를 자유롭게 풀어 키웠다. 마당을 뛰어다니고, 밭을 쏘다니고, 가끔 산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강아지는 어느새 큰 개로 자랐고, 아버지가 일을 하러 나가면 먼저 앞장서서 그 길을 동행했다. 아버지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개였다.


어느 눈이 내린 다음 날 밤이었다. 개가 자기 집에 없었다. 이상했다. 평소라면 웅크리고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여기저기 불러봐도 모습이 없었다. 결국 집 밖까지 나가 손전등을 비췄을 때, 멀리 눈 쌓인 짚더미 위에 무언가가 누워 있었다. 개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숨은 쉬고 있었다. 하지만 눈빛이 달랐다. 늘 반짝이던 눈이 흐릿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 추운 곳에서 뭐 해."

말을 걸었지만 개는 움직이지 않고 꼬리만 살짝, 한 번 흔들었다. 그때는 늦게까지 문을 연 동물병원이 없었다. 아침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개를 안아 들었다. 어릴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다 자란 개를 이렇게 안아본 적이 없었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그리고 따뜻했다. 이 추운 눈밭에 누워 있었는데도, 품 안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집으로 데려와 담요를 덮어주었다. 물그릇을 코 앞에 놓아주었다. 개는 마시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숨을 쉬었다. 나는 옆에 앉아 개의 등을 쓰다듬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다음 날 개가 괜찮나 나가보니, 아이가 나를 보더니 안 하던 엄청 반가운 모습으로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반가움을 저렇게 크게 표현한 것은 처음이었다. 언제 아팠냐는 듯, 그냥 그 자리에 서서 뛰고 있었다. 어젯밤 그 힘없던 모습은 어디 가고, 다시 예전의 개로 돌아와 있었다. 꼬리를 흔들고, 내 주변을 빙빙 돌고, 심지어 짖기까지 했다. 그 아이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중에야 들었다. 동물들은 죽을 때가 되면 가족에게서 멀어지려 한다고. 조용한 곳을 찾아 혼자 눕는다고. 어쩌면 그날 밤, 개는 그러려 했던 것일지 모른다. 눈밭에 혼자 나가 누운 건, 떠나기 위한 자리를 고른 것이었을지도. 그렇다면 내가 그 아이를 안아 들었던 순간이, 무언가를 조금 바꿔놓은 것일까. 알 수 없다. 그냥 그렇게 느껴졌다.


그 후로도 개는 몇 해를 더 살았다. 여전히 아버지를 따라다니고, 마당을 지키고, 가끔 산을 올랐다. 그 밤 개를 찾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개는 그대로 눈밭에서 눈을 감았을까. 혼자 힘으로 집으로 돌아왔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누군가 곁에 있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담요 한 장, 따뜻한 손길 하나 만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