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것도 했었다
2019년, 첫 시작
내가 처음 미국주식을 접하게 된 건 2019년, <잠든사이 월급 버는 미국 배당주 투자>라는 책을 읽으면서였다. 이 책은 미국 주식과 국내 주식의 차이 - 특히 주주친화적인 배당 정책과 철저히 실적에 근거해 움직이는 주가 - 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해, 배당주 투자의 원리, 배당주 고르는 법, 배당킹 리스트, 유명 블로거들의 포트폴리오, 심지어 해외주식 계좌 여는 방법까지 설명해주는 훌륭한 책이었다. 미국주식 투자의 A to Z를 망라한 기본서라고 할까.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뭔가 돌파구를 찾은 느낌이었다.
은행 예금만으로는 부족하다 느끼고, 장기적으로 돈이 묶이는 ELS는 적절치 않고, 뭔가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에 국내주식을 깔짝거리기는 했으나, 경제에 대한 지식도 얄팍하고, 종목에 대한 공부는 하지도 않았으니 수익은 지지부진 했다.
그러던 와중에 종목 분석은 할 필요도 없어 보이는 세계 굴지의 기업에서 꼬박꼬박 배당을 넣어주고, 이미 경지에 오른 사람들의 노하우를 공짜로 얻는 방법도 너무나 쉬웠으니, 바로 이거다 싶었다.
그래서 책에서 추천된 배당킹 기업들과, 책에 리스트업된 유명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참고해 고배당주 위주로 몇 종목을 샀다. 처음 시작은 천만원 정도? 그리고 한 해 동안 투자금을 늘려서 성실히 주수를 늘려갔다.
2020년, 파도에 휩쓸리다
코로나 시국이 시작되고 주식 시장이 요동쳤다. 한 순간 곤두박질 치더니 또 엄청난 불이 붙어 시장이 달리기 시작했다. 특히 나스닥이 용트림 하며 달렸다. 돈 얘기가 잘 오가지 않는 직장에서도 주식, 부동산 얘기를 공공연히 했다. 버는 사람만 있었지 잃은 사람은 없어 보였다.
이 즈음 수익률이 어땠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계좌가 빨간불 상태였기 때문에 매도하지 않고 홀드한 종목들이 많았다. (이 때는 평생 오를 줄 알았다)
2021년, 과욕
제대로 된 공부는 하지 않고 쉽게 정보를 얻을 궁리만 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책에서 읽은대로 가이드라인을 따라 갔으면 지금쯤 내 계좌는 몇 배로 불어났을 것이다. 애초에 내가 미국주식에 대해 호감을 가졌던 이유 중에는 좋은 정보(종목 분석)를 성실히 업로드해주는 고마운 블로거들이 많았던 것도 있었다. 말하자면 그때 내가 읽은 포스팅 들은 전공서적 같은 것들이었는데, 난 주교재를 독파하다 말고 쪽집게 학원 선생들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그래서 기출문제와 조잡한 유형 문제들을 엮어서 교재로 쓰는 가짜 선생들이 공짜로 올려주는 정보들을 쪽집게 족보라도 되는 줄 알고 낼름 받아 먹었다. 어쩜 이 사람들은 공부를 이렇게 많이 할까? 이런 감탄이나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자료들은 차트 몇 개와, 뉴스 몇개를 붙여 놓은 날림 교재에 불과했다. 내가 이런 내 성격에 맞지도 않은 이상한 방법을 투자를 했던 이유는, 나의 게으름 때문에 가장 컸지만, 당시에 유난히 수익률이 몇 백 %씩 되는 붐업 종목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팔란티어, 버진갤럭틱, 나녹스, 벨로라인라이다, 샤오펑.... 매출, 영업이익, 현금 흐름 등 기본적인 정보는 싹 무시하고 '뜨는 기업' 이라는 라벨링에 홀딱 넘어가 제2의 테슬라를 꿈꾸며 발을 담그기 시작한 것이다.
2019년 연말부터 시작된 이 헛짓거리는 2021년 상반기가 되어서야 마무리되었고 내 계좌는 엉망이 되었다. 단순히 수익률의 문제가 아니라 밸런스가 없는 누더기 포트폴리오가 되어있었다. 손실을 확정하고 매도해버린 종목은 차라리 다행이었다. 미처 끊어내지 못해 2022년까지 남아있는 '원칙을 벗어난' 종목도 있었다. 그리고 내 투자마인드도 망가져 있었다.
하반기 부터는 다시 우량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기 시작했고, 스윙 계좌와 장기투자 계좌를 분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윙 계좌에 더 큰 저주가 내려졌으니...
2022년, 자포자기?
나같은 초보자들이 완치하기 힘든 병이 두개 있는데, 하나는 예수금이 남아있는 꼴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푼돈이라도 수익을 확정하고 싶어서 사팔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2021년 말에는 스윙 계좌를 열었다. 게다가 그 스윙 계좌는 3X ETF로 가득 채웠다. SOXL, TQQQ 등이 날아갈 때여서 20~30% 수익을 보고 팔았다가 내려오면 다시 샀다가 파는 스윙 형태의 매매가 유효한 시점이었다. 그리고 몇 번 그 재미를 보다가 나스닥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2022년 초부터 미국주식과 국내주식 모두 주가가 내리막이었는데, 난 이때도 공짜 정보를 주는 인플루언서에 매달렸다. 그래도 이때 매달렸던 사람들은 내가 극찬한 미국주식 서적 집필에 발 담근 사람들이기도 하고, 깊이있는 설명과 체계적인 투자 원칙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시장의 흐름은 어쩔 수 없었던 건지, 아니면 인사이트가 부족했던 건지, 아니면 매일같이 컨텐츠를 올리려다 보니 흐름과 어긋난 정보를 올렸던 건지, 하여튼 '충분히 많이 떨어진 우량주'를 매일같이 제안했고 난 또 거기에 엮여 '이 정도면 다 떨어졌겠지~~' 하며 예수금을 태웠다. 그리고 초보답게, 적절히 손절매를 하지도 못하고,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한 채, 계좌를 열어보지 않았다. 왜냐면 보기 싫었으니까. 현실 회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스윙 계좌는 나름대로 열심히 물을 탔는데 이것 역시 예수금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자의 실수였으니, 결론적으로는 그 예수금을 아껴놨다가 바닥에서 탔어야 했다는 것이다. 살 수도 없고 팔 수도 없고, 몇 년이라도 기다리면 제자리로 돌아와줄까? 막연히 기다리기만 해야 했다.
그후,
기준 없이 남 말만 듣고 매수한 종목은 모두 정리했다. 지수 추종 ETF와 배당주 위주로 다시 매수하고, 절세계좌도 오픈하여 미국주식지수 추종 ETF로 채워 넣었다. 각 지수가 훅 떨어진 날 소량 매수하고, 올라갈 때는 내버려 둔다. 1년을 그렇게 굴렸더니 남들 평균 만큼은 벌더라.
2019년에 다 샀었다... 엔비디아,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브로드컴... 다 내꺼였다고... 꾸준히 묻어두기만 하면 되었을 것을....! 후회를 안고 다시 조신한 투자 시작했으니 몇 년 후에 다시 이야기 꺼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