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시작을 했다
3천만원씩을 들고 결혼한 우리 부부. 언젠가 부동산을 매수하겠다는 계획도 없었고, 부동산 '투자'라는 개념도 없었을 때였다. 자그마한 투룸 신축 빌라 전세를 살면서 '전세'라는 것의 이면을 알게 되었고, 첫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아이 키우며 살기 좋은' 주택의 형태를 원하게 되었다.
그렇게 큰 고민 없이 매수하게 된 김포의 한 아파트 분양권.
때는 2017년, 아직 상승기다 어쩐다 말은 없었던 때지만, 분양권 거래가 굉장히 활발하던 때였다.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고 팔고가 아주 많았고, 전세는 계속 오르고 매매는 하락 또는 정체로 머무르던 시기가 축적되어 전세와 매매가가 거의 붙어있던 때였다. (호갱ㄴㄴ에서 이름이 알려진 아파트 아무거나 검색하여 2017년 시기의 전세/매매 그래프를 한번 찍어보라. 나는 항상 그 짓을 하며 후회를 한다.)
돌이켜보면 이 거래는 50점짜리였다. 그때 매수에 사용한 금액 (계약금의 10%+프리미엄 수천만원)으로 서울의 아파트 갭투자가 가능했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최대한 대출 없이, 실제 거주할 아파트를 찾는다는 생각 만으로 '집값이 싸다더라'하는 말만 들었던 김포를 뜬금없이 골랐던 것이 큰 실수였다. (내가 고쳐야할 최악의 습관 하나를 꼽자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남의 조언을 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돈이 이만큼 있는데 어디의 무엇을 사면 좋을까요?'라고 부동산 카페에 물어보기만 했어도...!)
2년의 보유 후 매도했을 때, 억대의 수익을 안겨주었긴 했지만, 그맘때에는 공부를 어느정도 했을 때라, 서울의 아파트를 거래했을 때의 가상의 수익금이 몇 억 이상이었음을 알고 있었기에, 계속 아쉬움이 남았던 거래였다.
하지만 0점이 아니라 50점인 이유는, 내가 어쨌든 경기장에 들어서 스타트 라인을 넘어섰다는 점 때문이다. '이거라도 하지 않았으면' 자산 시장에 발을 들이지도 못했을 것이며, 작은 수익이라도 챙겨보는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분양권이라는 투자금이 적게 드는 매매 형태가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한 번 등기를 쳐보니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공부만 하다가 성인이 되어 알바비를 받아보는 느낌, 알바만 하다가 정규직으로 입사하여 월급을 받아보는 느낌이랄까. 내가 이 '경기'에 선수로 등록되었구나, 하는 실감이었다.
너무나 서툴렀고 성급했던 시도였지만, 운 좋게 약간의 성공을 거둔 그 경험 덕분에 우리는 자산을 불리는 토대가 될 자본과 경험이라는 무기를 얻었다.
그리고 번외로 배운 것은, 머리를 크게 울리는 똑똑하고 민첩한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우리에게 분양권을 판매한 사람은 나보다 2살이 어린 30대 극초반의 남자분이었다. 분양권을 2년 보유 후 매도하셨으니, 이미 20대때 투자를 시작한 셈이다. 더 오를 것이 뻔한데, 결혼 자금이 필요해 매도하게 되었다며 아쉬워하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 사람은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집값이 한없이 내릴줄만 알았던 그 하락기의 끝에서 미분양 된 아파트를 구입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그 사실에 꽤 큰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우리는 지금도 그 분의 이름을 기억하고, 가끔 화제에 올린다.) 그리고 우리는 눈을 더 크게 뜨게 되었다. 아마도 이 경기에서 우리도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본능적인 투지가 솟아 올랐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