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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하루 onharuoff Aug 11. 2019

27. 귀신 씐 날


어제 가족들과 저녁 약속이 있어 외부 일들을 마치고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부랴부랴 버스를 탔다. 평소에는 지하철을 타는데, 어제는 지도 검색해서 버스를 타면 되겠다 싶어 버스를 탑승. 그런데 거기서부터 일이 시작되었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대치역 방향인데 반대편 탑승을 한 것이다. 중요한 건 그걸 20분이 지나서야 인지했다는 사실이다. 너무 덥고, 사람 많은 버스에서 정차역이 내 목적지와 멀어졌음에도 이상함을 못 느끼다가 다시 삼성역으로 정차하는 순간, 깨달았다. 아뿔싸! 반대로 탔다!!


다시 지도 검색해서 이번에는 지하철이 안전하겠다 싶어 다음 지하철역 정거장에서 내려 무사히 지하철 탑승하였다. 목적지가 있는 매봉역에 잘 도착해서 하차하였다. 그리고 나가는 출구도 전화로 확인하고, 식사 장소까지 좀 걸어서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도는 순간 다시 깨달았다. 무언가 잘 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야 할 식당은 보이지 않고 공원만 펼쳐지고 있는데 순간 어찌나 당황을 했는지 모른다. 계속 왜 안 오냐고 가족들은 전화가 오고, 난 사거리이니 금방 도착해라고 당당히 말했는데, 전화를 끊는 순간 이런 낭패를 만나다니 말이다. 


결국 내가 나가야 할 출구가 아닌 반대쪽 출구로 나간 것이고, 난 아무 생각 없이 사거리까지 걸어간 것이다. 원래 처음 장소에서 음식점까지 2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도착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게다가 처음 버스를 타기 전 버스정류장 위치 찾다가 발목을 접질려서 걷기도 불편한 상황에서 계속 길을 헤맸으니, 밤이 되니 발목이 시큰 거렸다.


처음에는 길을 잘못 찾은 것에 대해서 짜증이 났는데, 마지막에는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만 계속 나왔다. 평소에 아무 문제없던 일들이 어떤 날은 희한하게도 모든 일정이 꼬이고, 엉망진창이 되거나,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고, 악재가 겹치는 때, 우리는 이런 때 '귀신 씌었나'라고 말하는데 바로 그런 날이었다.


평소 길치이기 때문에 낯선 장소를 찾아갈 때에는 지도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계속 수시로 지도 어플을 체크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중간에 몇 번이나 이상하네 의문이 들었음에도, 무시하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갔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는 계속 경고등이 들어왔지만 그걸 전혀 인지 하지 못했다.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집중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잘못된 길로 갈 수 있고, 실수하는 일이 생긴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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