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장애와 책임감
요즘 새로운 무언가를 사고자 하면, 가장 먼저 유튜브를 검색해서 시청한다. 예전에는 블로그 리뷰들을 보았지만, 광고로 도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좀 덜 광고화된 유튜브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쨌든 실제 그들의 실 사용기를 보고 들을 수 있으므로 내 눈으로 어느 정도의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이전보다 물건을 사고 나서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물론 유튜브도 협찬을 받아 리뷰를 쓰는 경우가 많아서 특정 시기에 검색하면 비슷한 제품으로 도배가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기기 등을 리뷰하는 구독하는 유튜브에서 IT 등의 채널들이 있다. 리뷰와 소개해주는 영상의 댓글에는 항상 “제가 ~~~~~~하는데 이거랑 저거랑 중에 뭘 사면 좋을까요?”가 등장한다. 이 정도는 그래도 본인이 충분히 정보들을 살펴보고 고민을 하는 댓글이지만, 다짜고짜 “나 OOO 해야 하는데 뭘 사요?”라는 정말 툭 던지는 질문은 꼭 들어있다. 유튜브에 검색만 해도 기본 정보를 얻을 수 있음에도 유튜버에게 선택을 바란다. 언젠가 IT유튜버의 라이브 방송을 보는데 댓글에 집요하게 “나 ~하고 ~하는데 구입할 모델 알려줘요.”라는 질문이 1분 단위로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유튜버가 그에 대한 답을 안 해주니 계속 올리는 것이었다. 그 댓글 다는 시간에 본인이 원하는 것 검색하는 것이 더 빠를 듯싶지만 그럴 생각은 1초도 하지 않는 듯하다.
처음에는 꼼꼼하게 따지고, 유튜버나 블로그에서 좋다고 권유해서 구입했으나 나의 상황에 맞지 않아 실망한 상품들이 생기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상황이 아니니 누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사기보다는 최대한 고려해보자.’로 신중해졌다. 온라인 상의 누군가의 리뷰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음에도 어떤 이들은 계속 글쓴이에게 강요(?)를 한다. 그러면서 꼭 덧붙이는 말 “난 결정장애예요.”이다. 난 결정장애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에게 미루는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정말 결정장애라면 평생 아무것도 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반대로 낭비벽으로 엄청난 물건이 집을 가득 채울 것이다.
정말 소소한 일이에도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 색의 옷을 입어야 할지, 이 신발을 신을까?, 이걸 먹을까 말까? 아침에 일어날까 말까, 음악을 들을까 유튜브를 볼까 등등... 순간 선택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러한 선택은 누군가의 선택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선택으로 이뤄진 것도 궁극적으로 구입할 때는 결국 ‘나의 선택’이 된다. 구입을 위한 결제는 본인이 하는 것이니깐!
자꾸 누군가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 선택되었을 때 그 문제를 상대에게 넘기기 위한 책임회피이다. 저 사람 때문이야. 저 사람 말을 들었더니 이렇게 되었어. 왜 그 사람 말에 동의했으면서 안 좋은 결과는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