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주말 농장을 하고 있다.
처음 상추를 심고, 처음 오이를 심고, 처음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초보 농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물 주고, 신경 써주는 것 정도였다. 어떻게 키운다는 것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이 덜컥 시작한 것이다. 시간 날 때마다 유튜브로 어떻게 키우는지 학습하여 도움을 받고 있다(유튜브 만세).
방울토마토 모종이 자라 벌써 꽃이 피고 열매가 맺기 시작했다. 아직 자그마한 나무라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니 가지가 축축 쳐지니 걱정이 되어, 지지대를 사서 옆에 묶어 두었다. 어제저녁 밭에 들러 살펴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한 분이 우리의 어리버리함에 훈수를 둔다. 근처에서 200평 주말농장을 한다고 한다. 끈을 어떻게 묶는지, 첫 꽃은 모두 떼내라, 열매도 마찬가지다 하면서 ‘똑, 똑’ 끊어 버린다. 왠지 아까웠다. 몇 개의 가지도 끊어버린 뒤에 이렇게 해야 나무도 자라고 나중에 열매가 잘 열린다면서 이야기해주고 갔다. 나머지 그루들을 에서 과감하게 열매, 꽃, 가지들을 정리하고 나니 컴컴해졌다.
작은 욕심을 내려다가 실제 원하는 방울토마토를 얻지 못할 뻔했다. 정말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버릴 땐 과감하게.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는 것은 초보 농부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영상에서 ‘곁가지를 떼어내라’해서 밭에 와서는 이게 곁가지인지 본가지인지를 헷갈리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옆에 다른 텃밭을 하는 분에게 물어보면 어떤 분은 위에서 처럼 직접 와서 시범을 보여주면서 자세히 설명해준다. 이러면 확실하게 이해를 한다. 현장에서 직접 해봐야 확실히 경험이 되는 것이 있다.
내 의지로 시작된 주말농장은 아니었지만 몇 달을 해보면서 스트레스 해소와 집중력이 생기는 듯하다. 작물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태를 하나하나 체크해보게 되고, 밭에 있는 동안은 다른 생각을 안 하게 되니 불필요한 걱정도 줄어들게 되었다. 이젠 밭에 가는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상추, 열무, 쑥갓 등을 채취하는 기쁨도 있지만 씨앗이 싹을 틔워서 우리가 먹을 수 있게 자라고, 바람 불면 뽑힐 것 같던 작은 모종이 이제는 손가락 굵기만큼으로 굵어지는 것을 보니 생명력의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이번 주는 밭에서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