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시작된 주말농장
“서울시 친환경 농장 참여 신청해라.”
“네.(왜 갑자기)”
나의 오랜 멘토가 톡을 보내왔다. ‘서울시 친환경 농장’ 참여자 모집 안내글을 보내오면서 모집 기간이 되면 신청하라고 했다.
잊어버리고 있다가 신청일로 부터 1주일 지났을 때 생각나서 서울시 공공서비스에 들어가 예약을 한다. 서울시에서 진행하지만 농장은 경기도들에 위치해 있다.
집과 가까운 광주시 쪽을 찾아보니 5군데가 나온다. 주소를 일일이 지도로 검색하여 위치를 파악한 뒤에 신청하게 되었다.
신청시 1인에 최대 3구획을 신청 가능한데, 어느 정도 크기 인지도 잘 모르겠으나 최대치 신청하고, 기초 모종삽 등을 주는 세트도 구입했다.
같이하게 되는 분은 다른 농장에 1구획을 신청하였다.
이때만 하더라도 둘이서 4구획 정도야 몇 시간만 투자하면 거뜬히 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4월 개장 문자를 받고, 농장에서 구획을 확인한 순간 ‘아뿔싸’ 초보 농부가 욕심을 너무 부렸구나를 깨달았다.
어렸을 때부터 난 식물을 잘 못 키웠다. 그런 사람 있지 않는가. 식물 키우는 족족 죽게 만드는 사람. 반대로 엄마는 식물을 키우는 것에 열심히였고, 아파트 베란다는 온갖 나무와 꽃 화분이 있었고, 초등학교 때 그 베란다에서 애호박을 키워 먹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나는 무관심 그 자체였다. 무슨 꽃 화분이 있는지도 몰랐고, 물 한번 준 적이 없었다.
그러한 성향은 좀 더커서 내 방에 공기정화식물들을 생겨도, 1년도 안 가서 모두 죽어나갔다. 대전에서 잠시 살 때 가만 두어도 잘 자란다는 고무나무를 선물 받았는데, 그 나무조차도 잘 자라지 못해, 가늘고 키가 작은 고무나무가 되었다.
그런 내가 주말농장이라니. 길의 나무나 꽃, 식물들의 이름도 모르고, 이것이 나무에서 열매가 열리는지, 아닌지도 헷갈리는 사람이 오이를 심고, 방울토마토, 감자, 고구마, 배추 등을 어떻게 키운다고. 그리고 거기에 시간 투자를 별도 해야 한다는 것에 솔직히 마음에는 안 들었다. 하지만 같이하는 멘토님 부부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나처럼 직접 작물을 재배하거나 해보지는 않았지만 꽃, 식물을 좋아하는 분이고, 어렸을 적 엄마가 텃밭을 가꾸는 것을 옆에 본 적이 있는 분이었다. 굉장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몸을 쓰는 일을 좋아하지 않던 내가 농장을 하다니, 마음속은 ‘이걸 내가 왜 해야 하는데, 이것에 쏟는 시간 아까운데…’였다.
이제 11월 30일이면, 2021년 주말농장은 문을 닫고 2022년 준비를 위한 휴지기에 들어간다.
처음 흙을 일구는 방법도 몰라 며칠을 가서 땅을 팠다가 엎었다가, 골을 만들었다 덮었고, 상추 하나 심는데도 옆의 밭을 벤치마킹해야 하던 무식한 초보자였다.
하지만 내년 2022년 신청 기간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1년 동안 식탁에 올라오는 채소와 야채, 작물들에 대해서 마음속으로 진정한 감사의 마음이 생겼고, 키우면서 깨닫고 배운 것이 많다.
아직 배추와 무는 밭에 남아 있다. 지금, 추워진 날씨에 남아 있는 작물들이 얼어붙을까 아직도 노심초사하는 1년 차 텃밭 농부다.
기록을 잘 못하는 난, 사진으로만 기록을 남겨 두었기에, 이제 그 사진들과 내 기억이 저편으로 더 사라지기 전에 나의 텃밭을 정리해보려 한다. 이렇게 정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데 된 건, 인스타그램에서 본 무과수의 ‘반려식물 관찰일지 전시 안내’. 포스팅 때문이다. 3개월간의 반려식물 관찰일지를 작성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전시하는 내용이다. 누구나 식물을 키우고, 채소를 키우고, 농장을 하고 있지만 그것을 콘텐츠화하여 사람들과 나누는 이들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1년간 여러 작물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유튜브와 네이버 블로그이다. 자신들의 노하우와 키우는 과정을 올리지 않았으면 이렇게 키울 수도 수확의 기쁨도 갖지 못하고, 농장을 내버려 두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앞으로 무엇을 작성하고 정리할지 갈팡질팡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리가 누군가에는 읽는 즐거움이 되고, 같이 배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