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손발이 고생한다.
4월 첫 주 주말농장이 개장을 했다. 내 자리가 어디인지 확인을 하면서, 도대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함이 밀려왔다.
이렇게 그냥 흙 밖에 없다. 각자의 구획에 번호 팻말이 세워져 있고, 구획만 나눠져 있을 뿐 땅은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하다. 게다가 생각했던 것보다 넓다.
문자로 농장에 처음 오면 해야 할 일을 안내해줬다. 자기 구획 확인하고, 상추 모종과 열무, 시금치, 아욱, 쑥갓 씨앗 들을 나눠 주니 받아가면 된다.
모종과 씨앗은 한 구획당 정해져 있는데, 충분하다 못해 넘쳐나는 양이었다. 이 씨앗은 두고두고 봄 내내 잘 뿌리고 수확할 수 있었다.
씨앗을 부리는 것도, 상추를 심는 것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 가장 문제는 밭갈이 었다.
인터넷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기도 했고, 옆에 다른 분들이 어떻게 하는지 열심히 곁눈질을 했다. 그런데, 보는 것과 하는 것은 달랐다.
큰 농기구도 빌려주기 때문에 삽 등을 가지고 와서 고랑부터 파는데, 익숙하지 않은 삽질. 그리고 땅을 일구는 것은 더더욱 힘들었다.
무거운 삽으로 삽질을 하고, 돌들을 치우고 나는데 끝이 안 보인다. 다른 분들은 고르게 땅을 만들어가는데, 하면 할수록 땅이 흐트러지는 것 같았다.
모종이나 씨앗을 뿌릴 때 땅 모양이 어떠한지도 몰라서, 땅을 일구었다가 다시 또 일구는 것을 몇 번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일궈도 일궈도 돌은 그대로고 다른 분들의 땅처럼 고르게 되지 않아서, 3 구획 중 2 구획만 간신히 심을 정도의 모양이 되었다.
그다음 봉착한 문제는 바로 상추 모종 심기였다. 모종이 검정 플라스틱 통에 하나씩 심어져 있는데, 이걸 어떻게 빼는지를 몰라서 가위로 자르느라 모종이 부서지는 등 헤매고 있었더니 답답했는지 옆 밭을 일구던 분이 요령을 알려줬다. 나무젓가락 같은 것으로 밑의 구멍으로 넣어서 빼면 쉽게 된다고 말이다. 옆 밭 농부는 10년 주말농장을 해온 베테랑, 즉 우리에게 필요한 경험자인 전문가였다. 밭고랑이랑 상추 모종 심기, 씨앗 뿌리기 등 이분을 통해서 기본적인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모르면 손발이 고생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그러했다. 땀만 흘리고 일은 진행이 안되고 말이다. 어떻게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컷 시작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직접 해서 손발이 고생해야 하는 부분도 물론 있지만, 역시 전문가의 적절한 조언이 있으면, 시간을 절약하고 몸도 덜 고생할 수 있었다.
상추 심는 간격을 알려주고, 심을 때 미리미리 물을 주고, 심고 나서 물을 주는 것은 알려주었지만, 직접 심으면서 어느 깊이로 심고 덮어야 할지는 직접 해봐야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보면 상추심기는 아주 쉬운 것이었다. 모르니 어렵게 느껴졌는데, 그냥 상추 모종을 땅에 심기만 해도 잘 자란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상추 모종 다 심지 말라고, 너무 많이 심었다고 이야기해줬지만, 설마 저기서 몇 잎이나 수확할 수 있겠냐 했다.
역시 경험자의 말을 들어야 했다. 한 번 자라기 시작한 상추는 두 집에서 먹고도 자라는 속도를 못 따라갈 정도로 실컷 먹을 수 있었다.
봄에 키우는 상추는 아래 사진 속에서 두줄 정도(모종 8개) 되어도 두 집에서 충분히 먹을 수 있다.
토요일 첫 심고, 너무 힘들어 일요일에 추가적으로 감자를 심었다. 감자 고랑을 어떻게 만드나 보았더니, 자그마한 언덕을 만들어서 씨감자를 심는 것이었다.
오래된 분들은 집에서 씨감자를 만들어서 왔고, 우리는 당연히 구입했다. 심는 깊이도 간격도 잘 몰라서, 역시 열심히 물어봐서 감자를 심었다.
감자는 심어 놓으면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작물 중에 하나이다. 감자가 자라기 시작할 때 잘만 흙으로 덮어주면 된다.
고추, 오이, 수박, 참외 모종도 구입해서 심었는데, 오이와 참외 모종은 비슷해서 심고 나서 구분이 안 가서 열매를 맺을 때까지 몰랐다.
일요일까지 해서 3 구획의 땅에 농작물을 심었다. 아직 다른 농장의 1 구획이 남았다. 1년이 끝나가는 지금이야 저 정도 구획이면 하루 밭 일구고, 하루 심으면 끝낼 수 있게 되었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이날 이후 무릎에서부터 허리까지 온몸 근육통 때문에 다음 한 주간 고생을 했다.
약간의 불면증이 있었을 때인데, 한동안은 텃밭에서 일하고 나면 정말이지 숙면을 취했다.
허허벌판에 하나하나 푸릇푸릇함이 보였다. 모를 땐 잘하는 분에게 물으면 대부분 잘 설명해주신다. 그리고 다른 분들이 어떻게 심는지 잘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우리처럼 생초보자도 있고, 능숙하게 밭을 일구고, 모종을 심고, 가꾸는 분들도 있다.
모를 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누군가가 가까이에 있다면 질문을 하면 된다. 질문을 하면 냉정하게 잘라서 모른다고 하는 분들은 없었다. 잘 몰라도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설명을 해주고 알려준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무턱대고 해보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