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하루 onharuoff Nov 20. 2021

2. 2021년 주말농장의 끝, 그리고 엄마표 백김치

언젠가를 위해 순간에 감사하고, 맛있음을 표현하자.


엄마가 음식을 잘하신다. 외할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엄마를 비롯하여 이모들의 음식 솜씨는 좋으시다.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이전부터 맞벌이를 하신 분이라, 일하시면서 그 음식들을 다하셨다.

어느정도였나면, 고등학교 때까지 생일 때면 백설기를 직접 집에서 만들어 찜기에 쪄서 주었던 기억이 있다.

김장을 몇 백 포기씩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겨울 이맘때면 김장을 하셨고, 동치미를 담그셨다. 남은 재료로 갓김치나, 섞박지를 담기도 하셨다.

김장을 하는 날은 싱싱할 굴까지 들어간  담은 배추김치에 따뜻한 흰쌀밥에 얹어서 먹으면 그것만으로   그릇을 먹을 만큼 좋아했다.


평일은 일하느라 김장을 못하니, 주말에 쉬지도 못하시고, 배추를 제대로 절인다고 밤새 잠도 제대로  주무셨지만, 김치를 담으셨다. 배추 절이면서 김치를 담는 것을 힘들어하시는 때가 오면서 절인 배추를 구입하여 김치를 게 되었다.


나도 바쁘게 일하는 시기가 오면서, 김치를 담으실  제대로 도움을 드릴 수가 없었고, 엄마는 점점 김장을 하고 나면 며칠씩 앓아눕기 시작하셨다.

결국 배추김치는 더이상 담그지 않고, 사먹고 있고, 하나 둘씩 사먹는 김치의 종류가 늘어나고 있다. 가끔은 엄마의 배추김치가 그립고,  담은 생김치를 먹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건  욕심일 뿐이다.


물론 직접 담으면 되지 않느냐 하는데, 담아도 된다. 하지만 내가 담으면 당연히  맛이   것이고,  문제는 담는다고 하면  대부분의 일은 또다시 엄마의 일이  것이다.

같이 사는 한, 엄마는 내가 주방에서 무언가를 만들면 그대로 둔 적이 없다. 꼭 옆에서 서서 간섭(?)을 하시기 때문이다.


배추김치는  담아도 아직도 가끔은 무김치나 동치미는 담고 계시는데,

  “담기 쉬워. 그냥 절이고 국물만 부으면 되는데 뭐가 어려워. 힘도 안 들어.”라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김치 담그는 것은 실제 해보면 단순한 것도 손이 많이 간다. 단순한 것은 없다. 단지 당신의 몸에 익어서 쉽다고 느끼시는 것뿐이다.


주말 농장이 끝났다. 아니 정확히는 11 30일에 문을 닫는데, 추워진다 하여 한주 일찍 수확을 했다. 이미 다른 구획의 밭들을 보면, 김장으로 배추와 무들을 수확하여 밭들이 휑하다.

농장에서 기본으로 준 무 씨앗을 몽땅 뿌렸는데, 한쪽에서는 커다란 무를 수확했고, 또 하나의 밭에서는 작은 무들을 수확했다. 동치미를 담는 데는 작은 무가 더 좋다 하여, 우리 집에는 작은 무 중심으로, 같이 한 지인분은 큰 무를 중심으로 가져갔다.


배추는 처음에 심었을  30포기 정도 되었는데,   지나고 절반이 죽어버려서 15포기 정도만 수확했다. 작지만 알찬 배추를 얻었다. 쪽파는 심었지만 전혀 자라지 않아서 거의 심었을 때의 상태로 다시 수확했다.


수확한 , 배추, 갓을 들고 집에 갔다. 오랜만에 엄마가 김치를 겠다하여 처음으로 사진과 영상에 담았다. 이번 백김치는  신경 써서 담으신다고, 백김치에 넣을 김치 속까지 준비했다. 8시간 절인 배추에 갖은 양념이 들어간 김치 국물, 그리고 배춧속까지  어우러져 감칠맛 나는 엄마표 백김치가 완성되었다.


주말농장을 하면서 직접 키운 작물들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엄마가 직접 해주던  많은 음식들과 정성에 더욱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먹고 싶어도 먹을  없는  시기가  것이다.  언젠가가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순간 맛있게 먹고,  순간에 최대한 감사를 표현해야겠다.


결과물에는 그 어떤 것이라도 시작과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시작이나 과정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되어도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 시작과 과정 속에 수많은 노력, 시간, 땀, 사람 등이 담겨 있다. 결과뿐 아니라 순간의 과정을 좀 더 즐기고, 느끼고, 관심을 기울이면서 성장해야겠다.

지금의 모습은 과거 시간의 축적이니깐.


 

매거진의 이전글 1. 어리버리 농부의 첫 밭 갈기 모종 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