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살았던 아파트는 가장 오래 살았기에 재건축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이사 갔던 아파트도 20년 가까이 된 곳이라 경비아저씨가 있던 정겨운 곳이었다.
그곳에서 전세 재갱신을 못하고 다시 이사를 오게 된 곳이 신축 아파트였다. 재건축이 끝나고 첫 입주하는 곳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곳에 이사 와서 신문물(?)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보안 월패드가 있고, 집안에서 엘리베이터를 부를 수 있고, 문에 지문 등록하면 열쇠 없이 들어올 수 있게 되었고, 스마트폰으로 외부에서 집안 불을 켜고, 난방을 킬 수 있는 등 모든 것이 새로운 곳이었다. 한가득 매뉴얼을 들고 한참을 쳐다보고 어플을 설치하고, 전등을 스위치를 올리지 않고 터치로 누르는 것을 신기해해야 했다. 나야 아직 일하는 사람이니 각종 전자기기를 다루니 새롭다 해도 몇 번 눌러보면 작동 방법을 알 수 있었지만 울 부모님에게는 낯선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문을 열고 닫는 것도 며칠간 같이 다니면서 익히게 하였고, 누가 방문하면 1층 현관 여는 방법은 익숙지가 않아 그냥 부재중 방문자를 만들었다. 월패드를 잘못 건드려 긴급 사이렌이 울려 새벽에 놀라 뛰쳐나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지상이 아니라 지하주차장 있는 곳에 별도 공간이 있는데, 이곳을 못 찾아서 몇 번을 헤매고 나서야 익숙해지게 되었다.
요즘 신축아파트 단지는 규모가 아주 작지 않으면 모두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오래된 아파트 살 때 커뮤니티 시설이 제일 부러웠었다. 아파트 내부에 헬스클럽도 있고, 카페도 있고, 도서관도 있고 등등 저렴하게 다닐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단지 내 카페가 북카페로 되어있어서 최신 책들을 읽을 수 있고, 커피 등 음료도 싼 편이었고, 재택근무를 해야 할 때는 노트북을 들고 집중 일하기도 하는 등 자주 애용하는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노부모님에게 커뮤니티 시설 이용은 쉽지가 않았다. 전체 사용방법을 하루 날 잡아서 돌아다니면서 설명해 드렸지만, 굳이 왜 와야 하냐며 혼자서 또는 두 분 이서라도 이후로 한 번도 가시지 않으셨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 있고, 관리비에 모두 포함되어 있음에도 노부모님에게는 불필요하고 비용만 드는 곳이라 여기셔서 아쉽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