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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뒤에 깨달은 결혼생활 잘하는 법

by 온호류



어쩌다 보니 여태껏 연재한 내용에는 하라는 것과 하지 말라는 것이 참 많다. 서로를 존경해야 하고 예의를 지켜야 하고, 인정과 감사의 말을 해야 하고, 반면에 비난과 무시는 절대 하면 안 되고, 말도 많이 하면 안 된다. 내 얘기만 들으면 결혼 생활 잘하는 게 뭐 이렇게 어렵고 신경 쓸 게 많나 싶기도 하겠다.


또한 만나면 안 될 사람이나 결혼 전 체크할 사항도 참 많다. 기분 상했을 때 태도가 평소 태도와 심하게 다른 사람, 가족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 부정적이고 남 탓을 잘하는 사람은 절대 만나면 안 되고, 결혼 전에 부모님의 대화방식, 술 먹었을 때 행동, 화났을 때의 행동 등 알아볼 것도 많고 정말 복잡하기 그지없다.


이런 것들을 일일이 따지지 않고도 그냥 서로 좋아서 결혼했지만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도 많다. 두 사람이 인격적으로 어느 정도 성숙하다면 싸우기도 하고, 고비가 있을지언정 어떻게든 잘 산다는 소리다. 즉, 내가 말한 모든 것을 지키지 못한다고,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을 못 만난다고 해서 그 결혼이 다 이혼으로 간다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대충 만나 그럭저럭 잘 사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준비했다. 앞에 연재 글 다 무시하더라도 지금 얘기하는 딱 4가지만 명심하자. 이것만 잘 지킨다면 큰 문제없이 헤어지지 않는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결혼생활 잘하는 법도 쉽다.




1. 배우자가 싫다는 건 하지 않는다.


부부싸움의 가장 큰 원인은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술 먹고 늦게 들어오거나 주사를 부리는 것,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 거짓말을 하는 것, 낭비벽 등 큼직한 문제들도 있고, 수건을 펼쳐 놓지 않는 것, 물건을 제자리에 놓지 않는 것, 양말을 뒤집어 놓는 것, 변기를 깨끗하게 쓰지 않는 것 등 사소한 사항도 있다. 같이 살다 보면 살아온 환경과 생활 방식이 다르다 보니 서로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반드시 생긴다.


이때 '나는 (더러워도, 대충 해도, 좀 늦어도) 상관없는데, 왜 자꾸 뭐라 그러냐!'라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 이런 마음가짐이 싸움의 시작이고 갈등의 시작이다. 결혼을 해서 같이 살기로 했으면 상대방이 싫다는 것은 안 하려고 노력하는 게 예의다. 나의 행동으로 배우자가 힘들어하는 것을 알았으면 최대한 힘들지 않게 노력해 주는 게 바로 부부간의 예의고 존중이라 생각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배우자가 싫다고 하면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고치려고 노력해야 한다. 서로 싫어하는 것만 안 해도 싸움의 빈도는 현저히 낮아진다. 상대방이 나의 말을 수용하고 고쳐보려 노력하는 모습을 고맙게 생각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면 더 빨리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만약 상대방의 요구가 도저히 용납이 안 되거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된다면 합의점을 찾으면 된다.

술 먹는 횟수를 줄인 다든가, 화장실을 깨끗하게 쓰는 게 힘들면 청소를 본인이 하기로 한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여기서 명심해야 하는 것은 상대방의 변화를 당연하게 요구해선 안 된다는 거다. 뒤에서도 언급하겠지만 변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일 수 있으니 부탁하고, 조용히 기다려 줘야 한다.



2. 배우자가 변하길 기대하지 않는다.


사람은 본인 스스로 깊이 뉘우치거나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많이 아파보지 않는 한 절대 바뀌지 않는다. 말로써 누군가가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계란을 앞에 두고 부화기도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 상대방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행동으로 나서서 직접 품거나, 온열기에 넣어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말이나 잔소리로 배우자를 바꾸려 하기보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내가 변하는 게 맞다.


배우자의 어떤 행동으로 인해 내가 너무 힘들고 서운한 감정이 든다면, 진심으로 나의 상황과 감정에 대해 얘기한 뒤 (비난 X), 상대방이 충분히 인지하고 행동의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그저 기다려줘야 한다.

예를 들면 배수구의 머리카락을 안 치우는 사람에게 치워달라고 얘기를 했을 때, 4번을 안 치우더라도 1번을 치웠을 때 고마워하며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얘기해 줘야 한다. 5번을 다 안 치워도 화내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 상대방의 변화를 바란다면 이런 태도가 필요하다.


내가 당당히 변화를 요구하고 기대해도 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이 나를 위해 노력해 주는 거고 나는 기다리는 거다. 그 사이에 못 참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면 상대방도 그럭저럭 넘어가주던 나의 불편함에 대한 불만을 터트릴 수 있다. 변할 것을 기대하고 압박하면 절대 변하지 않는다. 마음을 비우고 진심으로 잘해줄 때, 온 마음으로 상대방을 보듬을 때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잊지 말자.



3.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많이 부족한 나와 살아주는 것, 변함없이 날 사랑해 주는 것, 나의 단점까지 어여삐 봐주는 것 등 감정적인 부분에서부터 돈을 벌어오는 것, 맛있는 밥을 차려주는 것, 아이들 육아를 잘해주는 것, 집을 깨끗하게 정리 정돈하는 것 등 결혼생활에 관련된 모든 것이 감사할 것투성이다. 여기에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 배우자의 노고가 담겨있는 노력의 흔적들이다.


이러한 노력을 당연하게 여기고 배우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사라질 때 위기는 찾아온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은 마음속 깊이 새겨진 감사함에서부터 나온다. 감사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서로를 존중하지 않게 되고, 쉽게 서로를 탓하거나 사소한 부부싸움에도 상처 주는 말이 오가기 쉬워진다. 자연스레 부부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부부관계를 오염시키는 원인은 큰 게 아니다. '익숙함과 당연함'이 작은 지점으로부터 서로에 대한 태도가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서로의 존재와 서로가 하는 모든 것에 대해 익숙해지고 당연해지는 것이다.



4. 자주 표현한다. (인정의 말, 감사와 사랑의 표현)


결혼 생활에서 인정과 사랑의 표현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매일 아침 서로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사랑한다 말해주는 부부에게 큰 싸움이 생길 수 있을까? 서로에 대한 감사함과 상대방의 노고에 대해 인정하는 말을 자주 해준다면 나쁜 감정이 쌓일 틈이 없다. 우리는 힘든 일 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기보단 그 일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을 때 힘이 쭉쭉 빠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좋아하고 고마워하는 일이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열심히 할 수 있는 게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정과 감사의 표현은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표현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나의 노력을 당연하게 여기는지, 하찮게 여기는지, 조금 고마워하는지, 감동하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른다. 상대방의 생각이 궁금하지만 생색내는 건 또 별로니까 말은 못 하고 시간이 흐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불만이 쌓인다. 뭐든 쌓이는 게 문제다. 감정이 쌓이면 쉽게 기분이 상하고, 화나고, 폭발한다. 작은 실수에도 큰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이렇게 쌓인 감정을 풀어주는 것이 사랑의 표현이고 감사의 표현이다.


감정은 절대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분노든, 슬픔이든, 억울함이든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만 마음속을 떠도는 것을 멈추고 승천할 수 있다. 대부분의 감정은 인정하고 미안해하는 마음, 고마움과 사랑의 표현으로 충분히 한을 달랠 수 있다. 그러니 연습을 해서라도, 말이 안 나오면 편지를 써서라도 자주 표현하고, 감정이 쌓이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 요약

1. 배우자가 싫다는 건 하지 않는다.

2. 배우자가 변하길 기대하지 않는다.

3.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4. 자주 표현한다. (인정의 말, 감사와 사랑의 표현)



서로가 원하는 모습이 되도록 노력하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면 마냥 변할 것을 강요하지 말고 기다려주고, 내가 싫다고 하니 바뀌려고 노력하는 것, 혹은 그렇지 못한 모습도 참고 기다려주는 것에 대해 서로 고마워하고, 그 고마움을 계속해서 표현한다면 크게 싸울 일도, 풀지 못할 문제도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건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이다. 이 네 가지가 지켜진다면 그 마음이 유지될 수 있고 따라서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서로 사랑해도 이 네 가지가 지켜지지 않으면 뜨겁던 감정도 금세 바래져 온기를 잃고 만다. 그러니 기억하자. 싫은 건 하지 않고, 변화를 강요하지 않으며, 감사하고, 표현하는 것. 결혼생활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네 가지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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