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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가장 후회되는 5가지

by 온호류



'그때 왜 그랬을까..?'

'좀 더 잘해줄걸….'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이혼 후 여러 아쉬움이 있지만 그중 가장 많이 자책하고 후회하는 것들이 다섯 가지가 있다. 연재를 시작하고 프롤로그를 제외한 17개의 글을 썼는데, 이 다섯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쓴 거나 다름없다. 사무치는 후회의 순간들이 이 글들을 쓰도록 이끌었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다. 한 가지씩 풀어서 하나의 글을 발행하기도 했으니 이미 언급했던 것들 이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되는 부분인 만큼 연재를 마무리해 가는 시점에서 하나의 글로 모아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내가 이혼 후 가장 후회하는 5 가지이다.


1. 내가 맞다고 생각한 것 - [2화 지나고 보니 가장 후회되는 것]

2. 선택지를 없애지 않은 것 - [6화 이혼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3. 처음에 바로 잡지 않은 것 - [7화 첫 부부싸움이 결혼의 운명을 바꾼다]

4. 표현하지 않은 것 (마음을 알아주지 않은 것) - [8화 노력 없이는 영원한 사랑도, 사람도 없다]

5. 말을 아끼지 않은 것 - [16화 결혼하는 친구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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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맞다고 생각한 것


연재 첫 번째 글에 '가장 후회하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는 것은 내가 가장 부끄럽고 아쉬워하는 과거라는 뜻이다. 당시엔 (전) 남편이 못난 탓을 하기에 급급했지만 돌아보면 나는 오만했고, 재수 없었고, 무례했다.


남편과 다툴 때 수준 차이가 난다고 생각했었다.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감정 조절을 못하니까 대화가 안 된다고. 근데 그것 또한 부끄러운 생각이었다. 그냥 똑같으니까 싸운 거다. 수준 차이가 났으면, 내가 지혜로운 사람이었으면 안 싸웠겠지. 수준 차이가 안 났으니까, 나도 똑같이 못난 사람이니까 싸운 거구나. 나의 오만함이, 겸손하지 못함이 남편의 화를 돋우었겠구나. 이제야 깨닫는 것 또한 참 바보 같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라는 영화제목처럼 지금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보통 이렇게 지나고 나서야 보이고, 깨닫고, 후회한다. 그게 인간이 배우는 법이니 이런 시행착오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결혼생활이란 게, 인간관계라는 게 때에 따라선 시행착오로 끝나지 않고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마음속에 '지금이 틀릴 수 있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품는 건 정말 중요하다.


보통의 경우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겠지만, 부부 관계에 있어서는 틀린 거든 다른 거든 간에 그냥 네가 옳아. 해버리는 게 훨씬 현명한 행동이다. 어차피 둘 사이의 일인데 정답이란 게 있겠는가. 누가 맞고 틀리고 시시비비를 가려봤자 서로의 기분만 상한다. 내가 틀렸음을 인정함으로써 잃게 되는 게 무엇이든 간에, 그냥 상대방의 기분을 풀어주고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인생 전체로 볼 때 훨씬 이득이고 똑똑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2. 이혼이라는 선택지를 없애지 않은 것


(전) 남편과 혼인신고를 먼저 하고 결혼식 준비를 할 때, 처음으로 이혼을 생각했다. 연애 때는 보지 못했던 감당하기 힘든 모습에 적잖이 놀랐을 때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결혼을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괜찮아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결혼식을 무사히 치렀다. 그리고 신혼여행에서 다시 또 이혼을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애석하게도 이러한 고민은 5년간 지속됐다.


이혼 후, 5년이란 시간을 마음속에서 비워내며, 홀로 후회의 시간을 보내며 여실히 느꼈다. 어떠한 선택도 내리지 않고 질질 끄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이 없다는 것을. 손안에 두 장의 카드를 들고 있으면 무슨 패를 낼지 고민하느라 에너지와 집중력을 뺏기기 마련이다. 고민이 있다는 건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그 문제가 나를 계속해서 거슬리게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적극 해결해야 한다. 시간에게 선택을 맡기면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지 못할 확률에 더해 선택이 내려지기까지의 시간이 낭비된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 문제도 있지만, 그 말을 믿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어리석은 모험이다. 특히나 부부관계에선 안 좋은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악화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바둑계의 말이 있다. 오래 고민한 끝에 좋지 못한 수를 낸다는 거다. 너무 오래 고민하진 말자. 오래 고민한다고 더 나은 선택을 한다는 어떠한 보장도 없을뿐더러 시간만 낭비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대신 빠른 선택은 또 다른 선택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3. 첫 부부싸움에 바로 잡지 않은 것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속담처럼 시작이 중요한 것들이 참 많다. 나는 부부싸움을 그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결혼생활에서 대화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마주하는 문제와 갈등을 풀어내는 것이 결국엔 대화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둘의 의견이 갈리고, 서운한 행동으로 인해 기분이 상했을 때 이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앞으로의 대화패턴을 좌우한다.


첫 부부싸움이 화를 내고 서로의 행동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해 내 마음이 어땠는지 감정을 공유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방식으로 나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 그냥 넘어가면 절대 안 된다. 처음을 용인해 버리면 반복되고, 습관이 되고, 패턴이 되면서 점점 더 교정하기 어려워진다.

나와 남편의 첫 부부싸움은 최악이었고, 나는 너무 놀라서 다음에 그러지 않기로 약속을 받아내는 것 말고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약 3년 뒤 우리의 부부싸움은 극으로 치닫아 옆집의 신고로 경찰이 오는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첫 부부싸움에서 욕이든, 폭력성이든, 내가 앞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어떤 행동이 나온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다시는 같은 행동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짐을 싸서 친정으로 도망가든, 이혼 서류를 내밀든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을 절대 가벼이 넘기면 안 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4. 표현하지 않은 것 (마음을 알아주지 않은 것)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에게 서운할 일들이 참 많다. 말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와 갈등 또한 참 많다. 이러한 서운함과 오해는 처음에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시간이 지나서 보면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커져있다.


"잡초는 크기 전에 쑥쑥 뽑아내면 힘들지 않네요."

"맞아요. 인생도 그래요. 감정이 커지기 전에 알아차리면 큰일이 아닌데, 감정이 커지면 다스리기가 어려워요."


마음에 생기는 작은 감정들은 잡초와도 같다. 수시로 뽑아주면 아무것도 아닌데 방치하다 보면 손쓸 수 없게 돼버린다. 남편과 나는 둘 다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다. 말 안 해도 알겠지, 결과로 보상하면 되겠지 생각하며 넘어갔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서로에 대한 부정적 감정은 각자의 마음에서 무성히 자라 있었다.


인정의 말, 감사와 사랑의 표현은 잡초를 수시로 뽑는 역할을 한다. 부부사이의 칭찬과 감사는 많이 할수록 좋다. 안 좋은 감정이 생겨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제초제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자그마한 노력과 수고를 알아주는 것, 인정해 주는 것, 칭찬하고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하루아침에 달라지기 힘든 부분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표현하는 것을 일상화하고 미리 연습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5. 말을 아끼지 않은 것


나는 남편한테 무례한 잔소리를 참 많이 했다. 그래서 참 미안하고 후회스럽다. 조금 답답하고 못마땅하더라도 믿고 기다려줄걸, 그냥 입 닫고 지지하고, 응원해 줄걸…. 남편에 대한 글을 쓰다 보면 오만했던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과 함께 이런 후회가 계속 밀려온다.


고심 끝에 정말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이 된다면 해야겠지만 지난 결혼 생활을 돌아보면 안 해도 됐을 말들이 대부분이다. 어차피 잔소리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남편의 기분만 상하게 했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깨우치게 될 것들, 나도 제대로 못하면서 강요했던 것들, 오지 않은 미래에 관한 것들.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드는 말들만 떠오른다.


가족이나 배우자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는 게 힘들다. 그리고 말은 더더욱 함부로 하기 쉽다.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인 내 배우자에게 그에 합당한 말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지적, 핀잔, 비난, 잔소리는 처럼 무례한 말들은 최대한 삼키고 좋은 말로 순화시켜서 얘기하면 좋겠다. 할 수 있다면 그저 입을 닫고 기다려 주는 것이 힘들지만 가치 있는 일이었다는 걸 이제 와서 깨닫는다.




글을 쓰며 돌아보니 5년의 결혼 생활동안 나도 힘들었지만 전남편도 참 힘들었겠다. 이 다섯 가지는 내가 놓친 것들이자 5년 간 아물지 못한 상처 위에 계속 또 다른 상처를 내가며 얻은 배움의 흔적이다. 조금 과장하면 영광의 흉터 자국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것들을 결혼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우리의 관계는 이렇게까지 나빠지지 않았을 수도, 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나보다 조금 더 빨리, 덜 아프게 배우길 바란다. 그래서 나와 같은 실수를, 이와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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