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후반
요즘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점점 혼자가 되어가는 건 아닐까.
친구가 많았던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도 학창시절부터 이어진 몇 명의 친구들은 있었다.
가끔 만나 술을 마시고, 서로의 근황을 묻고,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나온 친구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관계들이 조금씩 느슨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한 친구가 나를 불편해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뒤 나는 단톡방을 나와버렸다.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관계를 붙잡는 성격은 아니다.
그냥 조용히 물러나는 쪽이다.
그 이후로 생각했다.
이게 정상일까.
학창시절부터 이어진 친구들이
이렇게 희미해지는 게.
아쉬움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보다 더 크게 올라오는 질문이 있다.
나는 결국 혼자가 되는 걸까.
생각해보면 나는
관계를 적극적으로 유지하는 사람이 아니다.
먼저 연락을 잘 하지도 않고,
자주 만나야 관계가 유지되는 구조도 아니다.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사람을 붙잡는 방식도 잘 모른다.
그래서 관계는 늘
자연스럽게 흘러가거나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어쩌면 지금 일어나는 일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나이라는 흐름일지도 모른다.
스무 살 무렵의 관계는
환경으로 묶여 있다.
같은 학교
같은 동네
같은 술자리
같은 추억
하지만 서른 중반을 지나면
관계는 조금 다른 기준으로 남는다.
삶의 방향
생각의 깊이
대화의 결
그래서 어떤 관계는 남고
어떤 관계는 자연히 흩어진다.
그 사이에는 잠깐
관계의 공백기가 생긴다.
나는 지금 그 공백기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완전히 혼자인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을 이해하려는 사람이다.
그래서 때로는
술자리보다 한 문장이 더 오래 남는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를 읽으며
사막과 인간에 대해 생각했던 밤처럼.
생각과 생각이 연결되는 순간이
사람들과 떠들던 시간보다 더 선명하게 남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나는 혼자가 되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이해해가는 사람이라고.
어쩌면 관계도 비슷할 것이다.
예전처럼 많은 사람과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몇 명의 사람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나는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나를 조금 더 이해해보려고 한다.
어쩌면 그 길 끝에서
나와 비슷한 질문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