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날이 없다
엄마의 달력에는 빨간 날이 없다.
평일 아침 눈을 뜨면 방문 너머로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 지글지글 계란 굽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는 벌써 일어나 매일 아침을 챙겨 먹는 딸을
위해 요리를 하고 있다.
주말도 예외는 없다. 늦잠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식탁에 앉으면 어김없이, 맛있게 끓여진 김치찌개와 노랗게 말린 계란말이 그리고 다양한 반찬이 어우러진 한 상이 차려져 있다.
나는 늘 엄마는 원래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마트에 갈 때면, 언제나 무거운 고기와 야채가 담긴 장바구니는 엄마 손에 들려 있었다. 그리고 내 손에는 몰래 담은 과자 봉지 같은 가벼운 게 들려 있었다.
엄마는 원래 나보다 힘이 세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아기를 키우다 보니,
내 달력에도 빨간 날이 사라졌다.
주말 아침이면 동물농장을 보려 해도,
늦잠으로 방송을 놓치기 일쑤였던 내가 아침 6시 반이 되면 눈이 떠진다.
그리고 엄마가 아침을 준비했 듯,
아기가 울기 전 분유를 먼저 준비한다.
고기와 야채, 그리고 과일까지 가득 담긴 장바구니도 이제는 양손에 하나씩 들려있다.
분명 장바구니 하나만 들어도 버거웠었는데,
엄마가 되고 나니 나도 모르게 힘이 세졌다.
엄마는 원래 부지런하고 힘도 센 줄 알았는데,
나를 키우다 보니 더 부지런하고 강해진 거였다.
이제는 내가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를 번쩍 안으며,
엄마처럼, 더 단단해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