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in 카페 '2번 창고'
각자 동경하던 삶이 있을 것이다.
매년 여행을 다니길 꿈꾸거나,
집에 게임룸을 만들어 언제든 원할 때 즐기는 것을 꿈꾸거나,
어느 누구는 연극 무대에 올라보기를 꿈꿔보기도 할 것이다
나에게는 탈탈거리는 낡은 밴에 온갖 악기를 쑤셔 넣고 투어를 도는 밴드맨의 삶이 그것이었다.
직장인 밴드를 시작한 지 1년 하고 반년정도 됐을 무렵,
키보드 멤버의 아는 지인께서 인천 강화도의 어느 브런치 카페에서의 첫 공연에 감사하게도 우리 밴드를 초대해 주셔서
꿈꿔오던 밴 승용차에 악기를 싣고 지방으로 원정 공연을 다니는 삶을 딱 하루 살아보게 되었다.
감개무량, 감사만만, 감사무지
어디서도 겪어보지 못할 소중한 경험일 것이라 확신한 우리는
감사한 마음을 품고 매주 연습에 연습, 우리가 할 줄 아는 5곡을 준비했다.
그렇게 공연 당일,
이 공연에서 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경험을 하게 되는데..
24년 11월 9일 토요일 공연 당일날,
건강한 공연을 위한 아침 운동을 마친 후, 꾸민 듯 안 꾸민듯한 착장과(꼴값) 공연 및 1박을 위한 짐들을 챙겨
멤버의 픽업 차량을 얻어 타 출발했다.
(트렁크에 짐을 실을 때, "나도 밴드맨이구나..."라는 감격에 겨운 건방진 생각을 한번.)
감사하게도 초대해 주신 지인분께서 숙소를 제공해 주셔서 공연 전후로 아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리허설을 위해 다섯 시 반에 공연 장소에 도착,
공연 장소인 카페 '2번 창고'는 원래 브런치 맛집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기존에도 안에 작게 공연장을 마련해 놓으셨었으나, 이번에 단차도 만드시고 장비도 제대로 들여놓으셨더랬다.
모니터링 시스템은 물론 조명, 스모그 특수효과까지,
너무 멋있는 공연장이었어서 긴장감이 수직 상승했다
사운드 체크를 위한 리허설 시작,
초반 음향 문제로 PA에 바로 연결한 1st 기타 형의 소리가 나지 않아 우리와 더불어 사장님께서도 진땀 한번 뺐으나
신기하게도 연습 때는 어딘가 삐걱거렸던 그동안과는 다르게 느낌이 좋았다.
우린 역시 실전에 강한 건가.. 후후..
손님분들은 대부분 주최 측 밴드분들 지인분들이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오셨었다.
맥주 한잔 원샷 후에 올라가서 그런지, 혹은 작년 첫 공연 때 아주 세게 얻어맞아서 그런지,
어떻게 들으셨을지는 모르겠으나 생각보다 우리끼리의 합도 잘 맞았고 나의 실수도 거의 없었다.
매주 연습이 헛되지 않았다.
관객분들께서도 아량을 베풀어주셨는데,
여러 공연들을 관람하다 보면 공연의 하이라이트 때 관객들이 다 같이 핸드폰 플래시 라이트로 은하수를 만드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는 항상 무대 위에서 보는 그 장면은 어떨까, 은하수의 주인공이 되어보길 진심으로 바랬었다.
(근데 이제 이룰 수 없음을 곁들인)
그러나 세상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착하고 따뜻하고 훌륭하시고 존경스러운 관객분들께서 말로 다 표현 못할 만큼 감사하게도 소원을 이루어주셨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공연 자체도 기억에 남겠지만 공연장에서 느꼈던 가족 같은 분위기를 더 잊을 수 없다
카페는 부부 사장님들께서 운영하셨는데, 남편 사장님께서는 베이스 플레이어로 주최 밴드에 속해계셨다.
공연 후 밴드끼리 작게 뒤풀이를 가졌는데
사장님들부터 밴드 멤버분들까지 가족 같은 느낌을 계속 받았다.
저렇게 살면 행복하겠구나, 발견한 날이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youtu.be/L7cAqBQVjYI?si=58qcKuIr1k5NFUV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