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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니기리상 Sep 06. 2021

경험에 관한 이야기

동일본 대지진 썰푼다. 30일 에세이 여섯 번째.


 2011년 3월 11일이었다. 여느 때처럼 연구실에서 공부하고 있던 찰나에 지진이 찾아왔다. 그때가 바로 동일본 대지진이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는 점점 거세어져 갔다. 책장에서 쏟아지는 책들을 손으로 막는 나를 뒤로하고 연구교수님은 급히 연구실 밖으로 나갔다. 실험실에 계시던 또 다른 선생님은 “원래 이렇게 지진이 오래가진 않는데, 일본인인 나도 이번 지진은 좀 무섭게 느껴져요. 얼른 나가는 게 좋겠어요.”라며 당황한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돌아온 연구실은 책과 물건들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만약 이곳에 있었다면 그대로 책더미에 깔려버렸을 것이다. 전화는 불통에 인터넷도 불안정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태국인 언니가 말했다. “여기선 가족들과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비상시에 만날 시간과 장소를 미리 약속해둔다고 해. 연구교수님도 아마 약속된 곳으로 가족들을 만나러 가셨을 거야.” 다행히 내가 있던 지역은 비교적 피해가 적었지만, 뉴스를 보니 일본 동북 지방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잠들기 전엔 주머니에 여권을 항상 넣어두었고, 매일 밤 심한 여진으로 두려운 나날을 보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참혹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근무하던 대학 병원에는 빠르게 임시대피소가 마련되었고, 사람들은 대피방송에 따라 안전하게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들은 수많은 실전과 훈련을 통해 신속히 상황을 헤쳐 나갔다. 그리고 3년 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참사를 꼼짝없이 지켜보며 더더욱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위험한 순간을 인지하면 주저 말고 탈출할 것. 그리고 언제나 대비할 것. 그것만큼 최선이 없다는 것을 몸으로 깨닫고 난 후라 더욱 참담한 심정이었다. 뼈아픈 경험일수록 교훈은 가슴 깊이 새겨지지만, 과정은 너무나 힘들어 두 번 다시 겪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는 것도 알기에, 직접 경험하고 쓴 이 글을 보고 간접 경험하게 될 누군가에게 끊임없는 염려를 보내고 싶다.








(이미지 출처 :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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