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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니기리상 Sep 08. 2021

추억이 없지만 글은 쓰고 싶어.

분식집. 30일 에세이 여덟 번째.



 분식집에 관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종일 머리를 쥐어 짜보아도 도무지 추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분식집 하면 하교 후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즐거운 이미지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애석하게도 중학교 때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고등학교 때는 가장 중요한 용돈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교 앞에서 분식을 팔던 노점상의 떡꼬치를 300원 주고 사 먹은 기억은 있다. 떡꼬치가 먹고 싶었던 열 살의 나는 저금통을 빤히 바라보며 고민하다가, 300원을 얼른 꺼내 냅다 학교 앞으로 뛰어갔다. 그러다 400원, 500원으로 가격이 점점 치솟자, 어린 마음에 실망과 분노가 차올라 저금통을 털어 떡꼬치 사 먹는 일을 그만두었다. 먹다 보면 아이스크림보다 금방 사라지는 떡꼬치가 아이스크림보다 비싸다는 사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음속엔 떡꼬치를 팔던 노점상 아주머니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책가방을 메고 떡꼬치를 맛있게 먹고 있는 친구들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쓰다 보니 이 글은 점점 그 시절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 노점상의 떡꼬치를 향한 애증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 마음은 쉬이 사라지질 않아, 급기야 집에서 떡꼬치를 만들어 먹어보기로 했다. 떡볶이 떡을 사다가 기름에 조금 굽고, 꼬치에 끼운다. 고추장과 물엿, 케첩, 설탕 그리고 기름을 보글보글 끓여 양념을 만든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서 떡볶이 떡에 살살 발라준다. 끈적하고 달콤한 양념과 겉은 바삭, 속은 쫄깃한 갓 만든 떡꼬치는 500원의 분노를 금세 잊게 했다. 비록 수고로움은 500원 이상이었지만, 만족감도 그 이상이었다.


 사실 모두에게 있을 법한 추억이 없다고 생각하니 내심 속상했지만, 추억이 없던 시절을 추억하며 써 내려 가보았더니 나는 다시 행복해졌다. 글쓰기에는 평범하고 즐겁지 않았던 일상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보듬는 힘이 있는 듯하다. 그리고는 직접 써보기 전엔 몰랐던 것들을 알게 한다. 그래도 역시나 좋았던 시절이라는 것.









 주제에 관한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데 왜 이 글을 써야만 했는지에 대해.

 막막한 주제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쓰고 싶은 주제만 쓴다면, 지치지 않는 글쓰기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래 이슬아 작가님의 언어를 빌려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아무래도 자신의 사연이 소진될 때가 글쓰기의 진정한 시작일 거라고 선생님은 말씀하셨지요. 자신의 세계를 확장할 의무가 작가들에겐 있다고도 하셨고요. 물론입니다. 저는 저를 잘 궁금해해서 겨우 데뷔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저 아닌 것을 진심으로 궁금해하게 되어서 작가 생활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에 대한 궁금함만으로는 100편 이상의 글을 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장르를 이동하기도 어렵고요. 데뷔작 이후 인터뷰를 쓰기 시작한 건 저로서는 당연한 수순이었을 지 모릅니다. 잘 묻고 잘 듣는 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잘 쓸수도 없다는 걸 알게 된, 스스로에게 별 밑천이 없다는 걸 알게된 사람의 움직임입니다.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이슬아x남궁인 (p.83~84)





(이미지 출처: Unspal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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