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30일 에세이 열여섯 번째.
바느질을 배우러 모인 자리,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도 그랬다. SNS의 알고리즘에 따라 우연히 흘러 들어간 곳에서, 함께한 사람들은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와 좋아하는 일에 대해 서로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 일단 손으로 무언가를 기록하고 만들어내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또한 예술을 사랑하며,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취향에 흡수되었고 그러면서도 각자의 매력에 놀라워했다. 교집합의 공간에서 서로의 차집합을 공유하며 취향의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최근, 바느질로 함께 옷을 짓기 위해 모인 사람들과 요가와 음악, 킥복싱과 훌라춤, 뜨개질과 자수, 버리지 않고 다시 쓰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자유로운 대화가 오고 가던 와중에 이제껏 생각해본 적 없었으나 마음이 끌리는, 취향 저격 카테고리의 리스트가 일순간 확장되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과 배우의 이름이 이곳에서 자주 오르내리다니 너무 신기해요.”라는 나의 말에, 한 분은 “좋아하는 것이 비슷한 사람끼리 이런저런 취향도 비슷해지나 봐요.”라고 말씀하셨다. 개인의 취향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 여겨왔는데, 그 순간 문득 취향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나와 비슷한 다른 이의 또 다른 취향에 관심을 가졌고, 그것들은 다시 나에게 알맞은 체로 걸러졌다. 여기에서 한 번 더 깊숙한 관심이 생기게 되어 삶 속에 들여놓게 되었을 때 비로소 유일무이한 나의 취향으로 소화되는 것이었다. 그러한 취향이 조각조각 모여 고유한 나를 이루었으니, 다시 누군가에게 전해져 그들의 한 조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타인과 맞닿은 취향에서 나를 끊임없이 정의하고 다시 타인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니, 내 삶에 집중하는 것만큼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일도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