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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강주 Mar 22. 2023

갑자기 연차를 길게 쓴 이야기

20221130




어쩌다 보니 아끼게 된 연차를 12월 말에 통으로 올렸어. 어쩌다 보니 크리스마스 연휴에. 정말 어쩌다 보니. 태국을 가네 대만을 가네 도쿄를 가네 마네 하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돈이 없어 아무 데도 갈 수가 없는 처지인 거야. 그래서 농담조로 아 쿠팡 뛰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하긴 했는데 진짜 아르바이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좀 우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차니까, 한해를 멋지게 달려온 나를 위해 조금은 투자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 국내여행지를 고려해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뚜벅이가 한적하면서도 관광지 같은 곳에 머물면서 혼자 온전히 객실을 쓸 수 있는 곳이 없잖아. 내가 숙소 비용 리밋을 1박 당 10만 원까지도 생각했는데! 그래서 또 잠시 침울했다가. 갑자기 몇 년 전에 언니와 내일로를 갔다 왔던 것이 기억이 나 네이버에 민박을 검색해 보았더니 여전히 저렴한 가격에 예약이 가능하더라. 바로 3박을 예약하고 다음날 아침 송금했어. 3일 내내 민박집 안에만 있을지 기차 타고 근처 수족관을 갈지 생태공원을 갈지는 안 정했어. 아무튼 책 세 권 정도 야무지게 들고 가서 다 읽고 올 거야. 헤헤.


*


요즘 젊은이들 동물원이고 수족관이고 잘 안 가는 게 대세인 거 알지? 동물원이랑 수족관에 평생 갇혀사는 동물들 불쌍하잖아. 그런 걸 소비를 안 해야 동물에 대한 처우가 좀 나아지고 그럴지도 모른대. 그리고 사실 동물 실제로 안 봐도 크게 문제는 없잖아. 동물의 왕국 같은 티비프로그램 얼마나 잘 되어있어? 어차피 동물원 가봤자 가까이서 보지도 못하는 거. 근데 마음 한편으로는 동물원 복지만 잘 되어 있으면 동물원 수족관이라는 게 꽤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왜냐면 나는 솔직히 17평 정도 되는 집에서 누가 삼시세끼 밥 주고 티비 준다고 하면 밖에 안 나가도 괜찮을지도 모르거든? 라고 말하면 좀 그런가. 취소취소! 좀 그렇지 아무래도.. 그런데 나도 사람들 여럿 있는 사무실에서 하루에 8시간 이상씩 갇혀있긴 매한가지잖아. 지하철은 어떻고. 내 집은 어떻고. 아 이게 아니지. 아무튼 지간에 요즘 사람들은 수족관을 잘 안 가. 근데 나는 되게 소심해서 내 의견은 그런 시류에 동감하지 않더라도 따르는 경향이 있단 말이야. 물론 나도 지금 시대의 동물원과 수족관 처우가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래도 솔직히 말하자면 수족관은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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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수족관은.. 예쁘잖아. 사방이 꽉 막혀있는 어두침침한 공간에서 수족관의 푸른 조명으로만 서로를 어렴풋이 알아보는 것도 은근 로맨틱하고 습기 가득한 수족관 냄새도 은근 좋아. 그리고 동물원에서는 음식도 많이 파는데 수족관에서는 은근 음식을 안 팔아. 그냥 휴게공간이 따로 있으면 모를까. 되게 깨끗해. 상어들 보라고 만들어놓은 터널 구간 알지? 거기에 가면 꼭 이 터널 터져서 물 들어오면 어떡하나 상상하고 그러잖아. 웃고 있는 가오리랑 같이 셀카도 찍고. 가오리 그거 웃고 있는 거 아닌데도. 하여간 인간들 지들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거 고쳐야 돼.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해파리 구간이야. 수족관 가면 온갖 해파리들 꿀렁대는 거 예쁘게 구성해 놓은 거 알지. 해파리들이 마치 패러슈트가 펴지는 것마냥 온몸을 꿈틀 꿈틀대면 내 마음도 울렁거려. 계속 보게 돼. 그래서인지 해파리 구간 앞에는 벤치가 잘 없더라고. 해파리 구간에 벤치 두면 하루 종일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영화 클로저 봤어? 나탈리 포트만이랑 주드로 나오는 거 있잖아. 거기서 주드로랑 줄리아 로버트랑 바람을 피우는데 한 번은 주드로가 줄리아 로버트한테 화가 나서 줄리아 로버트를 사칭해 가지고 랜덤채팅에서 웬 남자한테 줄리아 로버트의 신상을 알려줘. 줄리아 로버트가 수족관에 가는 걸 좋아하거든. 그래서 거길 가면 줄리아로버트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자기가 줄리아 로버트인척 하면서) 변남한테 줄리아 로버트의 생김새를 알려주는 거지. 자길 보면 아는 체 해달라고. 근데 그 변남이랑 줄리아 로버트가 결국 만나. 하긴 그러니까 영화지.. 그리고 그 둘이 잘 돼 심지어. 그래서 주드로가 더 빡쳤을걸. 아무튼 그 수족관 장면이 되게 짧은데 분위기가 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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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내가 왜 진짜로 수족관을 좋아하는지 알아? 나 어렸을 때 이모네서 살았었어. 음. 뭐라고 해야 되지. 엄마 아빠가 맞벌이셨거든? 이거는 그다지 슬픈 부분은 아니지. 근데 내 동생들은 어린이집을 다니니까 괜찮은데 나는 초등학생이라 방학이 되면 집에 하루종일 혼자 있어야 하잖아. 이건 좀 슬픈 것 같네. 그래서 엄마는 방학이 되면 나를 이모집에 보냈었어. 근데 이것도 좀 대단한 게 엄마가 7살밖에 안된 나한테 휴대폰을 빌려주고서는 혼자 지하철 10 정거장 정도를 타고 이모네에 가라고 하는 거야. 게다가 그 중간엔 환승도 한번 해야 돼. 대박이지.  근데 그럴 수밖에 없긴 해, 엄마아빠 둘 다 일하러 가니깐. 그래서 언제 한 번은 지하철 타고 가고 있는데 어떤 할머니들이 나보고 대단하다고 예쁘다고 해준 기억도 있어. 7살짜리 애기가 혼자 지하철 타고 있는 거 생각해 봐, 키도 120cm 정도밖에 안 됐을걸? 게다가 난 애기 때 삐쩍 말랐었다고. 대단하긴 하지. 아무튼 여기부터는 나름 슬픈 이야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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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는 워낙 날 예뻐해 주셨고 육아를 재밌게 하셔서 나는 사촌동생들이랑 엄청 재밌게 놀았었어. 아직도 사촌동생들이랑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나. 걔네는 내 동생들보다 더 어렸는데 나는 원래 맏이이기도 하고 동생들을 좋아해서 잘 놀아줬어. 이모는 아침마다 동화책을 배달해서 빌려 읽는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었는데 그 동화책 읽어주는 걸 옆에서 따라보기도 하고. 그때 전업주부였던 이모 따라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 아무튼 재미있었어. 이모가 영어 단어 외우라고 방에 가두고 혼낸 건 빼고. 나는 그때 영어를 처음 배웠거든. 근데 문제는 그게 아니고 우리 이모부야. 우리 이모부는 사람은 참 좋은데 말이 없으셔. 내가 지금도 인사를 해도 어 그래 잘 지냈니? 이것밖에 못하는 사람이야.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걸 느꼈어. 아, 이 어른은 날 그다지 안 예뻐하는구나! 사실 나 같아도 그럴 것 같아. 내 피 하나 안 섞인 처조카랑 두 달 정도 같이 살아야 하잖아. 내가 생각해도 불편하군. 그런데 아무리 말이 없는 사람이어도 자기 애는 엄청 예뻐 보이잖아. 이모부가 나한테는 하나도 안 살갑다가도 사촌동생들한텐 녹아내리는 거 보면 좀 섭섭하기도 했지. 근데 우리 이모부 좋은 분이셔. 그냥 그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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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수족관이야.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때 이모부랑 사촌동생들이랑 수족관을 갔었어. 난생처음 가본 수족관이었는지 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나. 단란한 네 가족이랑 조카 한 명이 같이 갔던 거였나? 웃긴 게 수족관을 갔던 것 같기는 한데 수족관 자체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다? 아마도 63빌딩에 있는 수족관이었을 거야. 그 이후로는 여의도를 지나가면서 황금색 건물을 보기만 해도 “우리 지금 수족관 가는 거예요?!”라고 했을 정도거든. 그때 수족관에서 뭘 봤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수족관에서 파는 키링을 하나 샀었던 건 기억이 나. 왜.. 투명한 풍선 같은 동그란 플라스틱 안에 물이랑 플라스틱 자갈 들어있는 거 알지? 물고기도 한 두 마리쯤 떠다니는 거. 그걸 샀었는데 너무 좋았어. 맨날 쳐다보고 들여다봤던 기억이 나. 시간이 지나니까 물이 새는지 점점 그 안에 있는 물이 사라지더라고? 그게 너무 속상했었던 기억도 있어. 그 이후로도 이모부한테 틈만 나면 우리 또 수족관 가자고 졸랐었어. 내가 원래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라 그런 말 잘 못하는데 애기 때는 꽤 염치가 없었나 봐. 이모부는 그때마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어 그래그래. 라고 하시긴 했는데 그 이후로 이모부랑은 수족관에 간 기억은 없어. 그때 이후로 수족관만 보면 환장을 해 내가. 어렸을 때의 결핍은 다 큰 어른한테도 이상한 비참한 기분이 들게 만들어. 그래서 이번 여행 가서 수족관 갈지 말지는 좀 더 고민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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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생 때부터 심리학을 좋아했거든. 이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하면 되게 긴데.. 내가 중학생 때부터 자우림 김윤아도 엄청 좋아했어. 윤아언니 성신여자대학교 심리학과 나온 거 알아? 그때도 책은 더럽게 안 읽었는데 그나마 다행히 심리학 관련된 책은 좀 읽었었어. 그러다 보니까 표창원 씨도 좀 어렸을 때 알게 됐고. 그래서 최근에는 알쓸범잡을 보기 시작했는데.. 아 아무래도 이렇게 말하니까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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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추릴게. 알쓸범잡을 보다가 장강명 작가님을 좋아하게 됐어. 그 이유는 말하기 좀 그래. 이거는 유료 회원만 알 수 있어. 5000원 입금하면 말해줄게. 아무튼 장강명 작가님을 좋아하게 됐거든? 그래서 장강명 작가가 궁금해서 가장 신작인 <재수사>를 구매했어. 총 800페이지 정도 되는 두꺼운 책인데 이걸 이틀 만에 다 읽었어. 미친 거지. 그리고 <한국이 싫어서>도 하루 만에 읽었고 그 뒤엔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도 재미있게 읽었어. 내가 <한국이 싫어서>를 친구들한테도 읽으라고, 금방 읽을 수 있다고 통 애원을 했더니 몇 명이 읽어줬어. 그중 한 명은 내가 계나랑 몹시 닮았대. 사실 난 잘 모르겠어. 난 계나처럼 길게 연애를 해본 적도 없고 영어를 잘하지도 않거든. 닮은 점이라고는 호주에 가고 싶어 하는 것과 동생이랑 방을 같이 쓴다는 거? 그래도 재미있게 읽은 소설 주인공이랑 닮았다고 하니까 기분은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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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때 이후로 갑자기 내 머릿속 두뇌에서 독서와 관련된 부분이 활성화된 건지 독서가 너무 재미있더라고. 어쩌다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도 읽고, 데미안도 읽고, 수레바퀴 아래서도 후루룩 읽고, 지금 굉장히 빠르게 책을 읽고 있어. 괜히 고전문학이라고 하는 게 아니더라. 시대가 아무리 변하고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달라져도 결국 인간상은 고만고만하고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있음에 괴로워하고 왜 살아있는지 궁금해하느라 괴로워하고 그런 게 똑같더라고. 헤르만 헤세 책을 읽는데 내가 청소년기부터 지금까지도 종종 괴로워하는 지점이 책에 고대로 써져 있는 거야. 헤르만 헤세는 내가 언급한 책들에서 본인과 매우 닮은 캐릭터들을 심어놨는데, 그걸 기반으로  추론하면 헤르만 헤세는 정말 조숙했던 사람인 것 같아. 읽으면서도 그게 느껴져. 와. 중이병 개쩐다.. 라고. 조만간 헤르만 헤세의 다른 책들도 읽을 건데 다 읽고 나서 이런저런 좋았던 문장들을 일기에 적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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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Vogel kämpft sich aus dem Ei. Das Ei ist die Welt. Wer geboren werden will, muß eine Welt zerstören. Der Vogel fliegt zu Gott. Der Gott heißt Abraxas.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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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었을 즈음이었나. ‘와 이 작가 자기 투영이 너무 심하다’라고 하면서 읽었어. 나는 어떤 콘텐츠를 접할 때 좀 그 콘텐츠의 배경도 알고 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거든. 알고 보니까 헤르만 헤세가 머리가 좋아서 신학교에 들어가고 적응을 못해서 퇴학을 당했대. 자기는 무조건 시인이 되겠다면서. 15살에는 자살 시도도 했다고 하더라고. 이게 데미안이랑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으면 정말 자기 자신을 많이 많이 담아냈구나 하는 게 느껴져. 그런데 데미안을 읽을 때 유독 그게 심한 거야. 오죽하면 헤르만 헤세가 그 당시에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낼 수 없으니까 에밀 싱클레어라는 이름으로 냈겠어? 결국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 같은 존재를 바라고 또 바랐던 거 아니었을까?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헤르만 헤세의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서도 그냥 미친 중이병새끼.. 하는 생각도 좀 들었어. 이렇게 상스럽게 말해서 미안해.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랬어. 꼭 이런 사람들이 결혼도 많이 하고 장수하더라. 참나. 에드바르 뭉크도 80살까지 산 거 있지.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나도 그래. 오늘 하루 꽤 괜찮았다고 생각하면서도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 갑자기 하루 종일 내가 했던 짓이 다 후회가 돼. 후회된다는 말도 맞고, 그냥 내가 행동했던 모든 게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싫어. 그냥 나는 말하는 내가 싫고 사람들이랑 웃고 떠드는 내가 싫고 글 쓰는 게 좋고 글 쓰는 게 싫어. 내가 살아있는 게 좋다가도 살아있는 거 자체가 끔찍이 싫기도 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 내가 너무 싫어서 그런 것 같아. 나는 진짜로 나 자신을 너무너무 혐오하거든. 이것도 아무 이유가 없어.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거야. 사람들이 말하는 걸 보면 30대가 되면 좀 나아진대. 자기들도 20대 때는 너무 불안하고 괴롭고 초조했대. 30대가 되니까 좀 더 안정적이게 되었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됐다는 거야.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만 29세가 딱 끝나고 만 30세가 되면 정말로 덜 불안하고 나 자신을 덜 혐오할 수 있게 될까? 내 가슴속을 뒤흔들고 토할 것 같이 어지럽게 하는 것들이 조용히 침전물처럼 가라앉게 돼서, 그 모든 것들을 잊을 수 있게 될까? 봄이 오면 눈이 녹듯이? 혹은 마법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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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위태로움은 언제 사라질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에 불안과 위태로움, 그리고 공허가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인지가 먼저 필요하다고 봐. 그게 가정의 부재일 수도 있고, 연인이 없어서 외로워서 그럴 수도 있고, 학력 콤플렉스일 수도 있고, 돈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어. 다 제 나름대로의 구김살이 있고 저마다를 불안하게 만드는 마음속 유령이 있는 거야. 그걸 잘 알면, 늦은 나이에라도 대학교에 입학하면, 결혼을 하자마자, 아이를 낳자마자 그런 공허함이 눈 녹듯 사라지기도 하더라고.


*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불어펜이랑 글라스데코를 사고,

수족관에 매일같이 놀러 가면 이 마음이 좀 가라앉을까?

모르겠어. 최근에는 불안한 생각이 들면 아예 생각을 끊어내는 걸 연습했어. 확실히 작년보다 우울해지는 빈도는 줄었더라고. 그런데 문제는 기억력도 퇴화하고 블로그에 일기 쓰는 법도 까먹은 거 있지? 머릿속에서 생각을 안 하니까 문장이 안 만들어지더라고. 나는 우울해서 힘든 것도 싫지만, 이런 이야기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도 싫어. 그러니까 나는 건강하게 생각하고 건강하게 슬퍼할 거고 건강하게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될 거야. 오늘도 일기를 쓴 나를 좀 덜 미워하고, 조만간 만날 친구들 생각으로 들뜨기도 할 거고, 맛있는 것도 먹고 운동도 하면서.. 결국은 또 이런 진부한 문장으로 끝낸다.


*


이 말투로 글 쓰는 거 재밌긴 한데 별로다. 이상한 사족을 붙이게 되네. 이상한 사족을 붙이는 사람들이 이런 말투를 쓰는 건가? 사실 내 친구 중에 정말 계나같은 애가 있어. 책을 읽으면서 묘하게 걔가 계속 떠오를 정도로. 내가 생각했을 때 계나는 그런 말투로 일기를 쓰지 않을 것 같아. 계나라면.. 내 친구였다면 말이지. 아무튼지간에. 다들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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