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저녁, 남산타워 불빛이 유리 건물 사이로 흘러간다.
내 그림자는 길게 늘어나 골목을 스치고,
닿을 듯 닿지 않는 마음처럼 흔들리며 흩어진다.
너와의 인연은 무겁고 섬세했다.
사랑이라 부르기엔 책임이 많고,
남이라 부르기엔 서로의 하루가 깊이 얽혀 있었다.
그럼에도 너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말없이 서 있는 존재가 나를 붙잡았다.
뒤엉킨 생각과 흔들리는 눈빛 속에서
우리의 사랑은 전쟁 같았다.
서로를 지키려다 서로를 다치게 하는 싸움.
비 내리는 거리 위로 반짝이는 가로등 불빛처럼,
나는 조용히 깨달았다.
때로는 한 걸음을 물러서는 것이
가장 큰 보호가 된다는 것을.
떠남은 도망이 아니다.
너의 하루가 나 없이도 흐르도록
내 발걸음을 살짝 늦춘 것뿐이다.
서울의 밤은 여전히 밝고,
너는 그 안에서 묵묵히 살아갈 것이다.
멀어지며 나는 비로소 너를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