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중독의 맛! 다가올 여름을 준비하며...
냉면 하면 뜨거운 여름이 생각나지만, 실은 겨울 음식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제는 공식 여름 음식으로 지정됐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차가운 국물에 시원한 면발과 편육 몇 점 무김치 몇 조각으로 구성된 물냉면을 앞에 놓고 있노라면 여러 가지 고민이 떠오른다. 식초를 뿌려야 하는가? 겨자는? 면발을 잘라야 할까? 달걀을 먼저 먹여야 할까? 등등... 워낙 많은 미식 티브이 프로그램과 유튜브까지 자칭 타칭 냉면 고수 전문가들 등장해 자기만의 냉면 먹는 방법이 진리인양 떠들어대니 어디 냉면 하나 마음 놓고 편히 먹을 수가 없다. 또한 냉면집에서 옆자리에 냉면 좀 안다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 테이블은 냉면 먹는 법 지도받느라 정신이 없다. 냉면이 왜 이리 어려운 음식이 되었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언제부터 이리 격식이 있었는가? 냉면 전문가들의 말하는 평양냉면 먹는 법은 냉면이 나오면 국물을 들이켜 심심한 육수의 맛을 즐기고 면을 풀어 면수와 육수가 섞이는 맛을 보고 이후 식초나 겨자, 양념장을 가미하는 것이 정식이요. 면은 국물에 풀고 자르지 않고 긴 면 그 자체로 먹어 목 넘김을 느끼며 먹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여기에 면은 메밀 함량이 높아야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어 제격이라 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냉면의 국물 즉 육수의 심심함 맛 평양냉면을 처음 먹는 사람들의 말 “걸레 삶은 물 같다”는 이 맛을 알아야 제대로 맛을 아는 것이라 한다. 면 또한 뚝뚝 끊기는 순메밀면이 최고이며 이후 메밀 함량에 따른 향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여러 냉면집의 육수의 특성과 면의 특징을 구별하면 냉면 고수이란다.
이렇게 냉면을 일부 미식가의 것이 양 포장하는 행위는 구별 짓기이다. 나와 너를 구별하여 차이를 두겠다는 것인데 그 차이가 높고 낮음을 의미하는 듯해서 썩 좋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음식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고 이 음식을 먹고 안 먹고를 구분하여 그 지방 사람들을 특정하였다. 그런 구별 짓기가 아닌 맛을 아느냐 모르느냐는 둥, 꼭 이렇게 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로 시작되어 먹는 방법을 규정까지 하는 것은 도를 넘는 행동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군가와 구별되고 싶어 하고 그 차이의 우위에 서고자 한다. 이는 소비로 이어져 많은 명품이 생겨나고 비싼 차가 팔려나간다. 이제는 이런 자본 우월적 행위가 음식에도 적용되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냉면은 이 선두에 서 있는 것 같다. 먹는 법도 규정되고 가격도 비싸졌고 함께 즐겨야 할 불고기나 수육까지 더하면 상당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 이렇게 고급화되는 것 꼭 나쁘지만은 않지만, 여름철 냉면 관련 특집 방송과 기사를 보면서 꼭 이렇게까지 먹어야 하나 싶다.
한 지방의 특색 음식인 냉면이 6.25 전쟁을 기화로 여러 지역으로 전파되고 사람들 사이에 인기를 끄는 것은 피난민들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을 뛰어넘어 새로운 고급 음식의 정점으로 달리는 것을 연구해 보면 음식문화가 어떻게 전파되고 뿌리내리고 다시 다른 생명력으로 바뀌어 가는지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전문가들의 몇 가지 금기를 알아보면 먼저 면을 가위로 자르는 것을 금지한다. 하지만 함흥냉면은 전분면이라서 질겨서 몇 번 잘라주면 먹기에 편하다. 이로 질긴 전분면을 끊기에는 조금 힘이 들고 초면인 사람과는 더욱 불편하다. 또 비빔냉면을 먹는데 흰 옷이라도 입었다면 적잖은 낭패를 볼 수 있다. 물론 평양냉면은 메밀 함량이 높아 잘 끊어진다. 하지만 이면 또한 한두 번 자르면 편하고 비빔냉면은 고춧가루 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다. 육수에 식초나 겨자를 쳐야 할까? 전문가 들은 극구 안된다고 하지만 전문점을 방문하여 처음 냉면을 먹을 때 맛은 아무런 양념하지 않은 물에 면을 말아놓은 느낌이다. 이때 식초나 겨자를 적당히 넣으면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물론 고수들은 두 손 들어 반대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맛을 조금 맛있게 먹고 싶다면 자기 취향에 맞는 맛을 가미해도 좋을 것이다. 달걀 먹는 순서? 먹는 순서보다 왜 달걀을 삶아 넣었을까를 먼저 생각해보면 냉면에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고 귀한 달걀로 꾸미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달걀은 중요한 영양적 균형이니 반드시 먹어야 한다. 면이 탁해지는 것이 싫으면 면보다 먼저 먹거나 한쪽에 두었다 먹으면 그만이다. 물론 영양과잉 시대이니 안 먹을 수도 있다. 냉면이 전문가가 등장한 시대이니 뭔가 냉면을 아는 체라도 하려면 공부라도 해야 할 것 같다. 티브이 미식 프로그램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인터넷을 검색하여 먹는 법을 배우고 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먹는 법을 공부하기 전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냉면은 면을 메밀이나 감자전분 그리고 밀가루 등을 섞어 만든 국수이다. 육수나 양념장은 고장의 풍토에 따라 고기나 김치 국물 아니면 양념장으로 비벼 먹었다. 면의 종류는 메밀면과 전분면 그리고 밀면으로 나눌 수 있다. 세 가지 면 모두 밀가루를 섞을 사용하기도 하고 한 가지 재료만으로 만들기도 한다. 메밀면은 특징은 찰기가 없이 뚝뚝 끊어지지만 메밀향이 있어 풍미가 있다. 전분면은 가늘고 투명하고 질겨서 씹고 넘길 때 부드럽다. 밀가루 면은 이 두면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어 먹기 편하고 대중적이다. 지역적으로는 평양 물냉면, 함흥 비빔냉면(농마 국수, 녹말 국수), 부산 밀면, 옥천 칡냉면, 백령도 냉면, 진주 냉면 등이 대표적이고 옥천은 칡가루를 사용하고 백령도 냉면은 육수에 까나리 액젓을 넣어 먹고, 요즘 새롭게 재현된 진주냉면은 해물육수에 육전을 고명으로 올린 것이 특색이다. 어느 곳이나 지역 향토 음식이 있기 마련이지만, 냉면의 종류가 이렇게 많아지고 있는 것은 시원함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고깃집에는 후식으로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팔고 있다. 또 비빔냉면에 육수를 부어먹는 냉면도 있고, 양념돼지구이를 함께 주는 집도 있어 선택의 폭이 정말 넓어졌다. 그래서 더욱 먹기 어려워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음식이란 것처럼 본인 취향이 강한 것이 없다. 그저 옛사람들은 차가운 육수에 면을 말아 시원하게 들이키고 내키는 대로 양념하여 우적우적 맛있게 먹을 것인데,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냉면에 고수와 하수로 나뉘어 누구는 식초를 치지 않고 육수의 진미를 맛봐야 하며 누구는 면발을 자르지 않고 목으로 넘겨야 한다며 열변으로 냉면을 뜨겁게 데운다. 냉면은 이제 정말 대중적인 음식이다. 어느 곳에서나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편하고 맛있게 먹어야 한다. 그러니 냉면에 먹는 법을 고민하지 말고 가르치지 않고 그저 자기 앞에 놓인 시원한 냉면을 자기 입맛에 맞게 맛있게 한 그릇 비우면 될 것이다. 이제 겨울이 끝나가고 짧은 봄이 지나 곧 뜨거운 여름이 올 것이다. 더위를 이겨낼 냉면 한 그릇 생각이 계절을 앞서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