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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Nov 21. 2021

주변의 우려는 참고만 하세요

6년째 소식(小食)을 하고 있습니다 -제11화-


소식을 시작할 때 힘들었던 점 중에 하나가 주변 사람, 특히 가족의 우려 섞인 시각이었어요. 가족들의 말과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버텨내는 것은 저에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살아온 양식을 바꾼다는 건 마치 강물이 흐르는 방향을 거슬러 올라 헤엄치는 것과 같았어요.


제가 인식하지 못한 새에 가정에서 배운 ‘무릇 이 정도는 먹어야 하는 거다’라는 기준이 제 안에 있었는데 그것을 인지하는 데에도 긴 시간이 걸렸고, 그것을 깨뜨리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를 테면 수박을 먹으면 최소 4쪽 정도는 먹어야 한다는 어디에도 없는 그런 틀 말이죠.


눈에 띄게 먹지 않으면 왜 먹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듣는 집에서 가족의 걱정 섞인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과정은 소식을 하는 데 있어 거쳐야만 하는 또 하나의 과제였습니다.


때로 크게 휘영청 흔들리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기를 얼마나 긴 기간 반복했을까요. 어느 시점에 이르자 가족들은 제가 먹는 양에 대해서 달리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부턴가 저는 가족 안에서 ‘원래 적게 먹는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그렇게 되자 편해졌습니다.


형제가 많은 집에서 자란 저는 음식이 있을 때 먹지 않으면 다른 형제가 먹어서 먹지 못하는 경험을 자주 했습니다. 소식을 할 때 솔직히 이 부분이 많이 신경 쓰였어요. 제때 먹지 않으면 마치 손해를 보는 것 같았거든요. 생각해보면 이것 역시 생존에 대한 본능에서 온 것 같아요.


이런 저의 감정은 알아채기가 어려웠을 뿐이지, 알아채고 나자 이를 해소시키기는 간단했습니다. 현실이 바뀐 사실을 거듭 상기하면 되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성장해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지 사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제가 소식을 하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의 일등 공신은 건강에 켜진 경고등이었어요. 30대 중반 즈음 무렵이었습니다. 혈액검사 결과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타났고,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상황이 나빠지기 전에 식습관에 신경 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비슷한 시기에 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의 식습관을 돌아보고 건강한 식습관을 길들이게 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6년째 소식을 하고 있지만 일 년 삼백육십오일 소식을 하지는 못합니다. 많이 먹고 뒤늦게 후회하는 날도 있습니다. 수월하게 식사량을 조절하는 날이 많아졌을 뿐, 지금도 매일 의식을 하며 삽니다.


코로나19로 좋아하던 수영을 하지 못하자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날이 생겼습니다. 요즘 부쩍 힘이 드네요. 새롭게 재미를 붙일 수 있는 운동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소식은 어쩌면 먹는 것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집착일지도 모르겠어요. 먹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면 양의 적고 많음에 대해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겠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앞으로도 얼마간은 먹는 것에 집착하며 살 것 같습니다. 음식 앞에 홀연히 자유로워지는 그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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