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 Jun 06. 2022

나라고 늘 입맛이 좋았을까?

나를 살린 감정노트- 1화

소식을 하기 전 나는 밥을 배부르게 먹고 나서도 얼마 안 있어 눈앞에 먹을 것이 있으면 참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끼니 사이에 간식을 먹었던 것은 물론이다.


나는 스스로가 음식 앞에 자제력이 있는 사람이기를 바랐지만, 그건 내게 매번 어려웠고 넘고 싶은데 넘지 못하는 과제였다.


그러다 2017년 무렵 한 권의 책을 읽었는데 [감정은 습관이다/ 저자 박용철]였다. 이 책은 감정이라는 건 내가 바꿀 수 있는 습관이라고 했다. 책을 읽고 나자 '부정의 나를 긍정의 나로 바꾸는 힘'에 믿음이 갔다.


곧장 집에 있는 노트 한 권을 꺼내어 '감정 노트'라고 이름 짓고 내 감정이 좋았던 순간을 포착해서 하루하루 채워나갔다.


긍정적인 기억을 잘 포착하거나 오래 간직하기보다는 힘들고 부정적인 일에 잘 휩싸이고 그 감정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습관을 바꾸기에 아주 좋은 작업 같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기분이 좋았거나 감사했거나 재미있었거나 보람을 느낀 순간과 감정을 기록해오고 있는데, 몇 년을 지속하다 보니 여러 권이 쌓였다. 마침 소식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던 터라 감정 노트를 펼쳐보면 식사와 관련된 이야기도 담겨있다.


많이 먹는다는 건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것이다. 각자의 소화기능, 체격, 활동량, 건강상태 등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많은 양이 누군가에게는 부족한 양일 수 있고, 누군가가 적다고 느끼는 양이 누군가에게는 많은 양일 수도 있다.


나는 내 기준에서 '이건 아니다'싶은 대식가(폭식가)였다. 좋아서 많이 먹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대식을 하고 싶지 않은데 나도 어쩌지 못해서 많이 먹다 보니, 적게 먹은 날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고, 많이 먹고 후회한 기억이 켜켜이 쌓여갔다.

 

불쾌한 기억은 쌓일수록 덩치를 키웠고 어느새 나 자신을 '음식 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됐다.

소식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나는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정이 습관이라는 데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내가 '매번' 음식 조절을 못했던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을 전환해봤다.


나라고 늘 입맛이 좋았을까?

나라고 늘 음식이 당겼을까?

나라고 먹는 것마다 늘 맛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고 탐색해보기로 했다. 나는 감정 노트를 그 탐색을 도와주는 도구이자 길잡이로 삼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