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잠들기 싫은 직장인이 하는 거짓말

by 정원


지금은 아침 7시 50분이다.

나는 오늘 출근을 하지 않는다.

연차도 아니고, 공휴일도 아닌 오늘은

월요일 혹은 화요일 또는 수요일 아니면 목요일 중 하나일 거다.


원래는 회사에 가야 한다.

회사에다 안 간다고 말도 안 했다.


그런데

안 갈 거다.


오늘은 정말 그러고 싶으니까-.


내 눈꺼풀이 지금 살짝 뻑뻑한 건

아침이라서 그렇다.

그렇다.

간밤에 잠을 좀 적게 잤다.

어차피 오늘은 회사에 안 갈 거니까 졸려우면 이따가 낮잠을 자면 된다.

남들 다 회사 가는 이 아침 시간에 말이다.


햐-얼마나 꿀잠일까.


똑같은 졸음인데 저녁에 졸린 것보다 아침에 졸린 게 기분 상 조금 더 나은 것 같다.

잠을 안 잔 것도 아니고, 이따가 자고 싶어지면 좀 더 자면 되니까.


그나저나
오늘 아침은 뭘 해 먹을까?



김치부침개를 하기로 했지참!

냉동실에 한 줌 남은 새우살을 넣어야지.

아! 다진 돼지고기도 같이 넣으면 맛있지. 아무렴.



어느새 김치를 꺼내둔다. 밀가루도 옆에 놓는다.

얼린 새우살에 식초 한 두 방울과 맛술 몇 방울을 떨어뜨린다.

이렇게 10분 정도를 물에 담가 두면 비린내가 없어지지요.


그럼 그동안


나는 머리를 감아야겠다.

10분이면 충분하지.

그런 후 기분 좋게 오늘의 아침 메뉴인 김치부침개를 해 먹으면 되겠구나.


부침개를 먹고 나서 조금 쉬다 보면 왠지 많이 노곤해질 것 같은데

그럼 음... 낮잠을 자는 거야!

잠에서 깬 후에도 다음날 출근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을 걸 생각하니 좋은데?!


잠을 밀어내고 맞이한 이 소중한 아침을 허투루 보낼 수 없지.


그럼 이제

씻으러

가 볼까나~?




내 뇌는 속았다.


여기까지 써 내려간 구라를 진짜처럼 여기는 중이다지금은 2월 18일 화요일 저녁 7시 50분이다.

뇌는 실제처럼 상상하면 현실이라고 믿는다더니,


구라를 치는 동안 갑자기 조금 즐거워져서 바닥에서살짝 몸을 일으켰고,

가방에 든 게 별로 없을 것 같아서 주섬주섬 꺼내 제자리에 두었다.

아침에 쌩쌩하던 그 힘은 어디로 가고 이제 무슨 힘으로 김치부침개를 부치나 체념했는데

저녁 아닌 아침

메뉴가 김치부침개라고 생각하자

아침 공복에 먹는 김치부침개가 아주 적절한 메뉴로 여겨졌다.


뇌에게 밑도 끝도 없이 구라를 치는 이 아이디어가 꽤 쓸만한 것 같아서

김치부침개고 뭐고 머릿속에서 휘발되기 전에 브런치에 저장해두어야겠다 싶어 책상 앞에 앉았고,

구라를 실제 폰트로 옮겨 눈으로 읽어 내려가니 이 아이디어가 웃겨서 기분이 유쾌해졌으며,

마치 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인 기분이 들었고

어느새 씻을 힘이 났고,

오전에 느긋하게 낮잠을 잘 생각에 기분이가 좋아졌다.


자, 이제 정말 씻으러 가야겠다.


기분 좋은 아침을 맞아 세안을 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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