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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니언수프 Mar 29. 2023

3월 기록 (임신 35주~ 38주)

휴가-휴직에 들어오다, 막달검사, 분만방법 결정, 태동검사


3월 첫째주 (3월 3일)까지 출근하고 출산휴가에 들어왔다.

너무 들어오고 싶었는데 막상 들어오니 아... 일주일만, 이주일만 더 일하다 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안 하진 않았다. 그만큼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쉬면 할 일도 없고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드는 듯.


그래서 하루에 한 가지씩 뭔가 할 일을 만들어냈던 것 같다.

어느 날은 세탁기 청소, 어느 날은 아기옷 빨래, 친구만나기, 백화점 가기, 가보고 싶던 브런치 카페 가기 등.

그리고 회사에서는 오후에 잠이 쏟아질 때 원하는 만큼 편히 잘 수 없는 게 제일 힘들었는데 그게 참 좋더라.

또 새삼 하루가 꼭 회사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도 되게 빨리 가는구나 싶던...


이 즈음부터는 수첩에 3~4줄로 짧은 일기를 따로 썼다.



3월 3일 (35주 2일)

오전에 회사 자리를 싹 정리하여 퇴근하고 오후에는 병원으로 가서 막달검사를 받았다.

막달검사라는 게 혈액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정도였고 내가 다니는 곳은 내과가 함께 있어 한번에 검사를 다 받을 수 있었다. 


3월 8일 (36주 0일)

막달검사 결과를 받았는데 비타민D 부족과 방광염 소견이 있었다. 비타민D 부족은 크게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었고 방광염으로는 3일치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나는 아무런 증상을 체감하지 못했었는데... 이 날 원래 되게 가보고 싶었던 브런치카페에 갔는데, 이 동네 어머님들 사랑방이라 혼자 갈 곳이 아니었고 맛도 생각보다 쏘쏘해서 금방 자리를 떴다.


3월 9일 (36주 1일)

시부모님으로부터 기장산 산모미역을 선물 받은 날. 통째로 보관하기에는 어린이 키 만해서 쪼개어 보관해야 했는데, 엄두가 안 나서 놔뒀더니 나중에 우리 집 들르신 김에 다 소분해 주심(머쓱) 

산모미역으로 미역국을 해 보니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부드러움이 확실히 다르고 국물맛도 다르다.


3월 15일 (37주 0일)

나는 임신 중기, 그녀는 출산후 3개월 정도차였던 때에 '손절이구나' 싶을 정도로 서로 마음상한 일이 있었던 친구를 만났다. 정확히는 친구가 연락이 와서 우리 집에 와주었다. ㅜㅜ

멀리서 보면 별 일 아닌 걸로 엄청 속상하기도 하고, 한번 얼굴 보면 또 별 일 없었단 듯이 풀릴 수도 있는데 사람의 감정이란 것은... 호르몬 탓을 해본다.

이 날부터 컨디션이 조금 안 좋았다.


3월 17일 (37주 2일)

특이사항이 없었던 것 같은 정기검진. 

이 때부터는 아기가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정상분만 주수다.

며칠 전부터 컨디션이 안 좋아서 콧물, 코막힘, 두통, 가래, 기침, 속쓰림, 할 수 있는 모든 증상이 한꺼번에 다 밀려와서 너무 힘들었다. 처음에는 이비인후과에 가서 임신주수도 이야기하고 처방 받았지만 혹시나 싶어 마더세이프에 전화해서 하나 하나 물어보니, 추천하지 않는 약들이 있어서 복용하지 않고 산부인과 처방을 받았다. 거의 일주일 정도 숨도 못 쉬고 콧물은 계속 나오고 기침가래는 계속 하고... 힘든 주간을 보냄.  


3월 18일 (37주 3일)

태동이 점점 크고 둔탁해지는데 이걸 막상 동영상으로 잡기는 쉽지가 않다. 제일 최근에 찍어 둔 동영상이 이 날 있길래. 막달이 되면 태동이 좀 줄어든다고 하는데, 확 줄어든다기보다는 아기가 많이 커져서 자리가 좁아 그런지 '꿀렁꿀렁, 콩닥콩닥'이 아니라 '꾸울렁, 쿵덕' 그런 느낌...?

태동은 계속 많은 것 같다. 


3월 24일 (38주 2일)

정기검진. 태동검사를 먼저 했다.

평소에도 똑바로 누우면 아기가 불편하고 좁은지 굉장히 많이 움직이는데 그 덕분인지 빨리 끝났다.

아기 움직임, 자궁 수축, 그런걸 보는 것 같은데 특이사항은 없었다.(는 말은 수축도 전혀 없다는 말)


내진을 처음으로 했다. 내진이 너무 아프다는 얘기를 종종 보긴 했으나 그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손가락이 어디까지 들어오시는 건가 싶긴 했음............ㅎㅎ

이 전날까지도 나는 평온하게 자연 진통을 기다려야지... 하며 자연의 섭리와 불확실성에 기대고 있었는데 속골반이 10명중에 하위 2등 정도로 많이 좁고 자궁문이 전혀 열려 있지 않아 자연분만으로는 난산이 예상된다는 선생님 이야기.ㅜㅜ

(이 시기 쯤 되면 자궁문이 1-2cm 열려 있거나 아기가 밑으로 내려와 초음파로 아기 얼굴을 못 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자연진통을 기다려서 낳을 수 있을 거라는 내 생각은 근거없는 자신감이었음을 ㅠㅠ


진료실에서는 아무 이야기도 못 하고 나왔지만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X고생해서 자연분만을 할 건지, 처음부터 제왕절개로 진행할 건지, 할 거면 언제 할 건지.

초음파상으로 아기는 약 3.03kg 정도.


3월 25일 (38주 3일)

출산휴가 첫 달이었고 월급은 기본급이 100% 다 나왔다. 

J랑 저녁에 양꼬치집에 갔는데, 사장님이 임신하셨냐 묻더니 추가로 주문한 옥수수온면은 서비스로 주신다고 했다. 임신기간 동안 남에게 이 정도의 배려를 받아 본 적은 없는데 정말 감사했다.


3월 28일 (38주 6일)

4월 3일(39주 5일)을 처음에 생각하고 갔으나 (4월 5일이 예정일) 약간 우발적으로 다른 날로 수술날짜 결정. 원래 선생님이 출근하는 날도 아니었고, 4월생을 임의로 3월생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쓸데없는 심리적 저항감도 있었고, 그랬는데 39주 초입이 제일 좋고 '저는 출근하면 되니까요' 하는 선생님 이야기에 마음이 바뀌었다. 그 전까지는 일 년 넘게 봤음에도 사실 주치의만 믿고 간다는 종류의 감정은 못 느꼈는데, 금식 잘 하고 오시고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라는 선생님 말씀에 갑자기 신뢰가 확 생겼다.


그 외엔 처방으로 압박스타킹 구매, 코로나 검사랑 수술관련 안내를 받았다.


날짜를 결정해 놓고도 내가 저 사람의 사적인 일정에 영향을 줬을 지 모른다는 거에 미안하고 나랑 J랑 둘이 이렇게 막 아기 출생일을 정해도 되는건가 등등 복잡해서 오전 내내 마음이 약간 떠 있었다. 이런 일에서마저 나는 왜 충동적인 성향이 있는지. 충동적이라는 워딩은 좀 심하다면, 난 줄곧 J인줄 알았는데 사실 P가 아닐까 싶다.




나를 계속 괴롭혔던 식도염 vs 변비 콜라보는 식도염의 승리로 끝난 것 같다.

식도염도 알마겔과 알약을 조금 처방 받아서 지금은 거의 가라앉았다. 위장 문제는 37주가 넘어가면 그래도 제법 좋아지는 것 같다.


임신 전에 비해 약 11kg이 늘었고 이 때까지 붓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는 아침이나 낮이나 손가락이 좀 부어 있고 특히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발을 딛으면 발바닥이... 아프다.

가만히는 못 있을 성격인지 지금까지도 직접 식사를 만들거나 빨래를 하는 날이 많고 외출도 거의 매일 하고 있다. 혼자 누워서 드라마 정주행 하는 거 제일 못함... 아 물론 외식 먹부림은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며칠 안 남았다.


곧 만나자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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