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찌는 법, 크리스마스 - 발산 레피큐르, 르솔레이 마들렌, 정육각
12월 19일 일요일 저녁
트레이더스 닭날개 닭봉구이를 다 못먹은 우리는 남은 살코기를 발라내어 볶음밥으로 먹는다.
있는 야채 잘게 다져넣고 굴소스만 한숟갈 정도 뿌려 볶으면 볶음밥 간도 간단하다.
위에 김가루까지 뿌리면 진짜 맛있음.
12월 20일 월요일
어쩐지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던 월요일. 회사에서 하루종일 머리가 아프고 다리가 (관절 도가니가) 뻐근한 느낌으로 하루를 버텼더니 아주 뜨끈한 국물이 땡겼다.
애호박, 버섯, 두부를 큼직큼직하게 많이 넣고, 새우젓, 고춧가루, 참기름, 다진마늘 만으로 간하여 끓인 버섯두부전골? 아니면 새우젓애호박찌개? 명명을 생각하고 끓이지는 않았지만 몸을 건강하게 풀어주는 기분으로 한 솥 잘 먹었다.
애호박을 트레이더스에서 3개짜리를 사 뒀더니 그렇게 든든함.
12월 21일 화요일
우리 둘이서 메뉴 하나를 한 끼에 다 먹으면 제법 조금만 요리한 것일 테다.
어제 했던 전골?에 칼국수면을 하나 풀어서 저녁으로 먹었다. 대식가들이라면 한 끼에 이렇게 먹었을 테지만...
12월 22일 수요일
워킹런치. 종종 있는 일인데, 사실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우리같은 사원들도 같이 행하게 되는 점심 먹으며 일하기. 도시락을 주문해 먹었다. 그럭저럭 먹을만함.
회사에서 대형 수주건들이 계약되면 떡을 맞추는데, 차례가 우리까지 돌아오는 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어쨌든, 고급지고 맛있는 도수향 인절미 한 팩을 받아왔다.
선물 받은 기분.
네*버 산지직송을 통해서 통영 하프셀(껍데기 반만 깐 굴)을 받았다.
원래는 지난주 토요일쯤 받았어야 하는데, 좀 우여곡절이 있어서 다시 보내 주었다.
하프셀은 원래는 보통 바로 생으로 먹으려고 이렇게 주문을 하는데, 아무래도 택배 우여곡절이 있었기도 하고 익힌굴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 또,, 쪄낸 다음 각굴 껍데기 깔 자신이 없는 등 여러가지 이유로 하프셀을 쪘다.
하프셀이라 우리는 굴을 팍팍 씻을 수가 없어서 적당히 흐르는 물에만 씻어내고, 물을 조금 담은 넓적한 냄비에 차곡차곡 얹어서 굴이 기울어 흐르지 않게 하고 7분 정도 쪘나보다.
알이 엄청 크고 실하다. 다 먹지 못할까봐 알이 작은 것들은 몇개 넣어서 라면으로 먹고, 쪄낸 굴은 초고추장 해서 실컷 먹고. 제철 맞은 식재료를 직송으로 먹는 건 진짜 즐거운 일.
12월 23일 목요일
연어가 아직 많다. 팩 하나를 뜯어서 반은 김치찌개로 넣어 버리고 (정말 연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노할 지도) 반만 레몬즙 뿌려서 밥과 함께 먹었다.
J가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빵을 한가득 사 왔다. 올리브를 듬뿍 넣은 빵이 맛있어보여 한장.
12월 24일 금요일
휴가. 예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던 프렌치 레스토랑 레피큐르에 점심을 예약했다.
크고 정신없고 밖에 줄을 서게 되는 레스토랑이 아니라 일단 좋았던 것 같다.
식전빵을 이렇게 귀엽게 버터와 함께 주신다.
표고 양송이크림 파파델리
먹는 경험이 늘어갈 수록 버섯을 점점 좋아하게 되는데, 버섯 향이 은근하고도 진한 버섯크림파스타.
양파스프, 해산물 소테와 비스크 소스
내 브런치 id이기도 한 어니언수프, 양파는 달달하고 치즈는 고소하고, 프렌치에게는 흔할 테지만 우리에게는 낯설면서 따뜻하기도 한 별미 같은 수프였다.
비스크 소스는 새우 등 갑각류를 잘 갈아서 만드는 소스라고 하는데, 풍미가 짙어서 깜짝 놀람.
관자, 새우, 소라, 병아리콩과 올리브 등이랑 정말 잘 어울리는 메뉴.
올해의 크리스마스 케잌은 필요없다, 내가 먹고 싶은 게 있다, 라고 하여 주문한 크리스마스 디저트.
한번 먹어 보고 너무 좋아하게 된 (사실 가보기 전부터 좋아함) 르솔레이의 홀리데이 에디션, 마들렌 12구 세트를 예약하여 받아 왔다.
내가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
보기만 해도 황홀하지 않나요.
제일 베이직한 레모니, 붉은 로즈앤리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나온 하얀 슈톨렌. 나의 쓰리픽.
크리스마스에 구워 먹으려고 주문한 정육각 소고기도 배송받아 뿌듯한 마음.
정육각 숙성 소고기의 화려한 마블링. 왼쪽부터 치마살, 채끝살, 덤으로 받은 삼겹살.
곁들일 야채 가니쉬로는 방울양배추랑 가지를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뿌려 발뮤다에 저온 20분.
저녁.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한 상.
-정육각 소고기 진짜 부드럽고 맛있다. 특히 나는 치마살에 한 표를. 그렇게 부드럽고 고소하게 넘어가는 고기라니. 하지만 우리는 정말 양이 많지가 않아서 이 두 팩이면 양이 차고도 남을 정도.
-채소 구이에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살짝 갈아서 올려 주면 더 맛있다.
거의 과일을 먹는 것 같았던 촉촉하고 즙이 풍부했던 가지구이.
-한번쯤 꼭 맛보고 싶었던 스페인 와인, 마츠 엘 레시오 (Matsu el Recio).
이렇게 진한 보랏빛을 띠는 깊은 와인은 맛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깜짝 놀랐던, 씁쓸한 느낌은 또 그렇게 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나이든 할아버지를 모델로 하는 엘 비에호도 궁금해지잖아.
-J는 이제 미역국도 수준급으로 끓일 줄 안다. 고기 먹느라 못먹을 줄 알았는데 미역국 한 그릇씩 뚝딱.
디저트로는 아주 소중하게 꺼낸
마들렌 2피스 - 로즈앤리치랑 슈톨렌,
생강청을 넣어서 차를 마시고 마무리.
25일 일기는 다음 주에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