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좋아하던 뮤지션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공표할 만한 '최애' 뮤지션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신곡이 나오면 찾아 듣고, 플레이리스트에서도 빠지지 않았던 그의 노래들.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서 언제부터인가 플레이리스트에서 그의 곡은 사라져 갔다.
어쩌다 다시 마주쳐도, 예전에 몰래 흠모하던 사람을 애써 못 본 체 하며 지나가듯, 내 귀에 그의 음악 어떤 것이든 첫 소절에 당도하면 '다음', 얼른 다음 곡 재생을 하라고 화면 속 버튼을 누르기 바빴다. 감정적으로 듣기가 싫고 힘들었다.
그 때는 왜 그렇게 그의 음악들이 듣기가 싫었는지. 분명 정성들여 만든 음악이고 좋을 걸 알면서도 나는 싫다고 외면하고 있었는데, 그게 왜 그런지 꽤 오랜 기간을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아기를 낳으러 10년을 넘게 지낸 사회에서의 내 자리, 내 책임과 역할에서 한 걸음 물러났을 때, 정확히는 아이를 낳고 나서 집에 돌아왔을 때쯤 알았다. 그리워했던 '아무도 아닌 나' 의 상태로 돌아온 거였다. 물론 엄마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미처 체감하지 못한 때였지만. 그 때가 되어서야 그의 음악을 다시 찾아 듣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비교적 가볍고 (그의 음악은 가벼울 수는 없지만 정말...'비교적') 빠른 템포의 곡이 새로 나와 내 나름대로 더 접근이 쉬워졌다.
선 굵은 연필로 꾹꾹 종이에 써내려가듯 풀어낸 그의 감성과 감정을, 성취와 경쟁의 삶에 지친 감정 고갈의 상태로는 받아줄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불현듯 든 생각이었다.
그의 음악을 다시 들을 수 있는 요즘, 좋으면서도 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