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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나쁜 여자

by 어니언수프


만날 때마다 기분이 나쁘게 만드는 여자가 있다.

아직 얼마든지 만날 수도 있는 사이니까 있다, 라고 현재형으로 해 두자.


그녀는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 경쾌한 발걸음과 유쾌하고 밝은 웃음소리, 곤조 있는 똑부러진 일처리와 사교적이고 센스 있는 교양으로 겉보기에는 싫어할 수가 없는 사람 처럼 보인다.


그 여자는 아무것도 잘못하는 게 없다, 표면적으로는.


그 여자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것도 평가하듯이.

좋은 평가이든 나쁜 평가이든 관계 없이 속된 말로 뒷말이 많다.

그녀가 실제로 회사에서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며 처음 만난 사람은, 아니 사람을 알아가면서도 계속해서 평가를 하고 있을 테다.


내가 그 여자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글로 남기고 싶어졌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는 것조차도 대단히 기분 나쁜 포인트 중에 하나인데, 그 무엇이 무엇인지 조차 알 수가 없을 만큼 그녀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극대화하여 보여주는 것 같은 그 여자의 말과 행동거지는, 10년 넘은 회사 생활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해 주었기도 하면서, 진짜 회사 생활이란 이런 거야. 를 보여준 것 같기도 하다.


만날 때마다 기분이 나쁜 그 여자.

같은 바운더리에 있지 않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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