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면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힘들어하고 벅차하는 내가 너무 싫다.
오늘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에 집에서 나와 제발 어디든 가자, 하는 내 발걸음도 내 행색도 너무 싫었다.
사실은
이제는 그런 기분일 때는 어디를 가도 무엇도 썩 마음에 들지 않고 충만하게 다녀오지도 못할 것임을 알고, 아니 더 톡 까놓고 말하면 스트레스 풀러 나가서 아무것도 ‘사 오지 못하는‘ 날이 많은 걸 알고. 그래서 외출을 포기한 날도 부지기수이지만 오늘만큼은 속에서 올라오는 화를 참지 못하고 집 밖으로 나섰다.
정말 가볍기 짝이 없지만 대형 쇼핑몰에 가서 입어보지도 않을 옷과 사먹지도 않을 디저트를 원없이 구경하고 그 중에서 조금은 마음에 드는 무엇이라도 ’카드를 결제하는 행위‘를 꼭 하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오늘은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했고.
(평소라면 절대 사지 않을 1개에 6천원짜리 그릭 요거트를 무려 두개나! 그리고 그 외의 디저트들)
정말 난 이런 것밖에는 없는 걸까.
요즘은 한숨을 자주 쉰다.
숨이 충분히 쉬어지질 않아서 억지로 단전에서 끌어올려 내뱉어야 하는 그런 한숨.
하는 게 없는데 시간이 없다.
내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