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셋째주

주간 상식 - 늘 먹음, 또는 그런 음식

by 어니언수프

1월 17일 일요일 오후


리코타 치즈를 만들었다.

우유와 생크림을 2:1로, 약하게 끓을 때 소금과 레몬즙을 더하면 응고되는 쉬운 생치즈.

시판 레몬즙으로 하니 아무리 더해도 응고가 잘 되지 않아 식초를 넣었는데, 바로 완성된다.

저녁으로는 차이797의 해물누룽지탕을.

주말 저녁을 보내기 너무 아쉬워서 국순당 생막걸리와 오징어를 편의점에서 사 왔다.

이렇게 살이 찐다고 하는 건가.


1월 18일 월요일

잠들기 직전에 확인해 본 리코타치즈.

우유 1리터, 생크림 500ml를 넣고 만든 양은 둘이 먹기엔 좀 많아 보인다. 부지런히 먹어야지.

오후에 휴가를 내어 오전만 잠시 일하고, 점심을 먹고 나선다.

친정집에서는 아욱을 한가득 넣고 된장을 끓여 주곤 했는데, 그게 생각나서 해둔 아욱된장국이다.

아욱은 마트에서도 한 봉지에 천 원밖에 하지 않는 가성비 최고의 채소.

저녁은 혼자 놀러간 친정집에서 갈비탕과 삼치조림을 먹었다. 엄마는 역시 알록달록한 그릇을 좋아한다.


1월 19일 화요일

친정집에서 반찬을 꽤나 받아 왔다. 저녁을 차리며 리코타치즈 샐러드도 만들어 본다. 알록달록하니 좋네.

적당히 팥앙금처럼 포슬포슬하고 맛도 아주 고소하다.

다시마 육수를 내고, 순두부랑 계란을 풀고 냉동해물을 넣어 국을 끓였다.

마지막에 참기름을 살-짝 두른다는 걸 거의 엎었다.

J가 퇴근길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아티제 딸기 화이트롤을 사 왔다. 어떻게 빵을 이렇게 만들지.


1월 20일 수요일

이 날도 출근. 저녁을 이런저런 반찬으로 혼자 차려 먹었다.

메추리알 장조림은 깐메추리알을 사 와서 씻고 간장, 올리고당, 등등으로 졸이기만 하면 되는 쉬운 반찬이다.

이런 반찬은 정석 레시피를 찾지 않는다. 그러면 힘드니까 내 입맛에만 맞춘다.



1월 21일 목요일

J의 야근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순두부국을 세 번째 끓여 먹으니 북엇국 맛이 난다. 난 북엇국을 싫어한다.

저녁엔 김치 양념을 씻어서 김치찌개를 끓였다. 먹다 보니 그냥 매운 김치찌개가 나은 것 같다.

경험상 회계사가 오는 감사 시즌에는 회사에 간식이 늘어난다. 그 중에 딸기라떼 한 병을 J가 집에 들고 왔다.

그는 간식 조달을 아주 잘 하는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1월 22일 금요일

점심으로는 짜파게티를 끓여 먹었다.

할 일이 점점 많아져서 이럴 거면 회사에 그냥 나가서 일할까?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지난주 부터인가 같이 있을 때는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를 보았다.

겨우 4년전 드라마인데 지금 보면 어떤 사람은 거품물 설정이 좀 있지만, 그렇지만 아.주. 볼만한 드라마다.

- 오랜 남친이랑 결혼하고 싶은데 자존심세우느라 말을 못 꺼내는 현모양처 꿈나무 호랑이라던가...

- 결국 모든 여주가 결혼으로 엔딩을 맞는다던가.


드라마의 엔딩을 보면서, 집근처 횟집에서 J가 사 온 연어+우럭 회를 먹었다.

그러다 갑자기 엔딩은 자기 혼자 흘러가게 내버려 두고 우린 연봉과 향후 재테크 얘기에 열을 올렸다.

우리는 더 이상 멜로드라마의 해피엔딩이 궁금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는지도.


1월 23일 토요일

아티제 치아바타는 발뮤다에 구우면 한층 더 맛있다.

김포 고촌으로 데이트를 나와 바지락칼국수를 먹었다. 배도 기분나쁘게 부르지 않고, 김치가 맛있는 집.

이 날은 많은 걸 했다.


점심을 먹고 떼루아 와인아울렛에 갔다.

와인 종류가 정말 많아서 아는 게 없어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J가 남친이었을 때 같이 갔던 혜화동 카페 사흘에서 본, 엄청나게 인상깊었던 와인을 여기서 발견했다.

한 세 병 사오지 뭐, 그랬는데 7병 사고 17만원을 지출 했다.


다음 코스로, '노르딕파크'에 갔다.

코로나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핀란드 신혼여행을 가서 이딸라 라던가, 아라비아핀란드의 신혼그릇을 사 왔을 것이다. 그래서 이 곳이 좋았다. 그릇도 가구도, 다 빈티지인데 우리가 에스프레소를 마셨더라면 사 왔을 지도 모를 북유럽 스러운 찻잔 세트가 아주 많았다.


이 날의 전리품

아래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스페인) 마츠 엘 레시오 '18 : 와인의 숙성도를 남성의 연령대로 표현한 것이 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던 와인. 노인이 그려진 엘 비에호를 사고 싶었지만, 저렴하지 않아서 장년 남성이 그려진 엘 레시오를. 29,500원.

(스페인) 에고 보데가스 돈 바포 블랑코 : 가성비 좋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1+1에 30,000원.

(스페인) 프로베토 로사토 세미-세코 : 로제 스파클링 와인, 1+1에 19,000원. 1+1이었나 보다. 한 병밖에 안 가져왔는데?

(이탈리아) 일 포지오네 로쏘 디 몬탈치노 2018 : 원래 판매가가 8만원이 넘는 것이 매우 저렴하게 팔고 있어서 궁금해서 겟. 29,900원.

(캐나다) 필리터리 아티장 비달 : J가 제일 처음으로 고른 와인. 아이스와인은 어떨까. 36,500원.

(포르투갈) 샌드맨 화이트 포트 : 카리스마 있는 그림. 포르투갈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때 식후주로 처음 접한 포트와인은 아주 찐하고 매력적이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28,000원.


일부러 프랑스 와인을 피한 건 아니고, 이걸 우리가 다 마실 것도 아니고...


와인 아래쪽은 노르딕파크에서 구매한 호가나스 빈티지 양념통 2개.

너무 귀엽고, 레어하고, 북유럽스럽고 -통 앞에 적힌 단어가- 해서 마음이 약해져 구매한 녀석들.

독일 브리치즈와 스페인 살치촌도 와인아울렛에서 함께.


J가 약속이 있어 혼자 먹은 토요일 저녁, 저 괴이한 보라색 국물은 뭐냐고 묻는다면 서리태로 만든 두부의 잔해 라고 하겠다. 이건 사진이 좀 많아서 따로 포스팅 해야지.

야식으로 J가 집에 오는 길에 순대를 사 왔다.

이러니까 살이 찐다 이 말이야.



1월 24일 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는다.

J의 스크램블에그 실력이 2레벨로 상승했다.

딥블루레이크에서 샀던 콜롬비아 게이샤 원두를 처음 내려 보았다. 아주 산뜻하고 향이 좋다.


주말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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