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넷째주
주간 상식 - 늘 먹음, 또는 그런 음식
1월 24일 일요일 오후
한 달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불과 얼마 전에 크리스마스를 지냈는데.
이날은 점심을 안 먹었다. 배가 고파져서 2시가 넘어 시리얼을 먹었다.
집에서 준 석류알을 좀 떼어서 올려 본다.
집 근처에 오아시스마켓이 생겼다. 가본 적은 몇 번 없지만, 한살림이나 초록마을이랑 비슷한 것 같다.
전날 먹고 남긴 순대로 순대볶음을 해 먹었다. 순대 몇 개에 떡이랑 깻잎, 양배추, 양파 넣은 건데 맛이 파는 거랑 꽤 비슷하다. 저녁 간식?으로 석류를 얹은 요거트를 먹었다. 석류 씨가 제일 안쪽 어금니들 틈에 끼어서 생 난리를 쳤다. 나한테 야밤에 치실을 사다 주고 어금니까지 들여다봐 주는 건 J밖에 없을 거다.
1월 25일 월요일
이번 주는 출근이 3일이었다.
어묵탕을 끓였다. 어묵은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는 식재료는 아니지만, 요리하기가 대체로 쉽다.
해동해 놓은 조기를 구웠는데 커도 너무 크고 그만큼 내장 분량도 많았다.
나는 생선을 못 만져서 요리 집게를 쓴다.
1월 26일 화요일
저녁으로 차이797 탕수육을 뜯었다. 이로써 차이797 세트는 끝이 났다.
탕수육도, 다른 것도 다 맛있었지만 제일은 유린기였다.
1월 27일 수요일
밖에서 저녁을 먹었다. 밖에서 저녁을 먹은 게 너무 오랜만이었다.
소주를 곁들였는데 피곤했는지 매우 취했다.
취해서 집에 오는 길에 새로 생긴 도넛 가게에서 도넛을 사 와, 못 먹어 죽은 귀신처럼 먹었다.
그렇게 취해 놓고 이 사진 찍을 정신은 있었나 보다.
취기에 PM님 드시라며 기프티콘을 보내 놓고, 다음 날 거짓말처럼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여전히 어색하고 업무 얘기를 하는 게 어렵다. 난 왜 이렇게 어색함을 푸는 게 오래 걸릴까...
1월 28일 목요일
오아시스마켓에서 달래를 샀었고, 만든 서리태 두부를 넣어 된장국을 끓였다.
나물 종류를 몇 가지 알아 두면 된장국 끓이기가 쉬운 것 같다.
채소 하나 바꾼, 별 거 아닌데 변주가 된다.
그리고, 그때 같이 산 마늘종을 멸치와 볶았다. 돼지고기랑 볶는 게 더 맛있지만 메인은 마늘종이니까.
지금은 무엇 때문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대리 초년때는 야근하고 힘들었던 날 퇴근길에 회사 근처 감자탕집에서 혼자 뼈해장국을 사 먹고 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 여럿이 저녁을 먹는 유관부서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 좀 머쓱했던 기억도 있다. 아무튼 그 감자탕집은 반찬으로 생마늘종을 줬다. 쌈장을 푹 찍어 먹으면 느껴지는 맵고 개운한 맛이 지친 마음을 달래 줬달까...ㅋ
그래서인지 마늘종에 난 좀 애정이 있다.
쌀에 쌀벌레가 생겨서 밤늦도록 J와 쌀벌레를 골라냈다. 따뜻한 곳에 두어서 그런 것 같다.
1월 29일 금요일
J의 휴가 날. 볼일을 보고 돌아오면서 J가 점심으로 ZION 이라는 곳에서 버거를 사 왔다.
치킨버거는 좀 짜고 매웠지만, 소고기패티 버거랑 감자튀김은 고소하고 맛있었다.
난 수제버거집에서만 소고기 패티를 먹는다.
항생제를 이빠이 맞았을 지는 몰라도 치킨버거는 닭고기 형태를 갖고 있는데,
소고기패티는 뭐를 넣고 갈았을지 모르겠는 비주얼을 갖고 있다.
저녁으로는 J가 짜장떡볶이를 해줬다. 사 뒀던 김말이를 같이 넣었더니 간이 맞고 맛있다.
이제 마트를 언제 다녀왔는 지 헷갈릴 지경이 됐다. 마늘종이랑 김말이는 다른 날 샀는데 둘다 이번 주 같다...
심사숙고해서 고른 오투가구 책장이 집에 배송됐다.
우리 집이 드디어 인테리어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갖추게 됐다 !!!
와인 일곱 병은 책장 밑에, 저 자리가 단열이 되지 않아 자연 와인 셀러의 역할을 하고 있다.
1월 30일 토요일
J가 목요일이던가 무려 아티제에서 식빵을 사 왔다.
난 아티제를 너무 좋아하는데 아티제는 아무데나 지점을 차리지 않는다.
여의도 부르주아지의 삶은 저런 것인가, 남일처럼 여기며 동시에 좋아했다.
아무튼 그 식빵을 버터에 구워 줬다. 냉정하게도 역시 비싼 식빵이 더 맛있다.
결혼전에 혼저녁을 하러 자주 가던 최애 국밥집 <보승회관>에 갔다. 보승회관은 체인이라 홍대에도 있다.
드디어 연남동 커피 리브레에 갔다. 앉아서 커피 마실 공간은 한정적이다.
코스타리카 원두를 하나 사면서 받은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과테말라 미라세로 티피카 - 원두였는데, 적혀 있는 향 플로럴, 감귤, 사과, "메이플 시럽"을 그렇게 진하게 느껴 본 커피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걸어서 가까운 <흑심>에 갔다.
나름대로 역사가 오래 된 '작은 것'에 이렇게 진심일 수 있다는 게, 작은 것들에 대한 관심을 모으면 이렇게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인상적이었다.
J가 하도 채근을 하여 1970년대 독일에서, <파버카스텔>의 전신이 된 곳에서 만든 연필과 스페인에서 만든 지우개 하나를 샀다. 그러고 보니 오래된 것을 집에 하나씩 들여 놓게 된다.
오래된 것에 매력이 있다.
저녁에 해동된 꽃게를 사서 꽃게탕을 해 먹었다. 살 때는 몰랐는데 게딱지가 없었다. 충격적이다.
굴도 한 봉지 사서 굴전을 부쳤다.
와인을 한 병 까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페인에서 온 <돈 바포 블랑코>는 샤도네이 50%, 모스카토 50%인데 모스카토의 달달한 과일향이 강하게 튀지 않고 부드럽다.
해동된 게는 살이 그다지 맛이 없다. 다음에는 제철에 딱지가 붙고 알을 밴 암게를 사서 꽃게탕을 해 먹을 테다.
넷플릭스에서 <에일리어니스트>를 시작했다. 무서운데 다 보게 될 것 같다.
1월 31일 일요일
1월이 끝나간다.
J가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었다. 아무래도 내 배를 터뜨리려고 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어라운지에서 샀던 에티오피아 원두가 제일 내 입에 맞는 듯하다.
일요일 오전은 늘 유튜브와 함께다.
디즈니도 너무 좋고
나탈리아 라포우르카데 Natalia Lafourcade 도 좋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