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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니언수프 Apr 02. 2021

나를 일으켜 주는 마법의 문장들

먹을 것 없는 이야기


그럴 수도 있지


억울한 일, 이해되지 않는 일, 받아들이기 힘든 일을 꿀꺽 소화하게 해 주는 말.

사회 초년생 때였던가 선배 한 사람과 그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그가 내뱉은 말이었고, 그 말을 한 이유도 배경도 다 잊었지만 이 문장만은 오래오래, 지금까지 나에게 남아서 마법처럼 작용하는 문장이 되었다.

네가, 또는 그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대하는 이유를 100% 이해는 못 하겠지만, 70% 쯤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다는 뜻으로 쓴다. 마음 속으로는 꽤, 자주 쓴다.




하면 되지


하면 된다, 와는 미묘하게 다른 이 말은 함께 오래 일했던 상사가 자주 쓰던 말이다.

문제와는 상관없는 제3의 인물, 또는 문제에 부딪힌 당사자가 그저 허공에 외치는 듯한 '하면 된다'와 달리 '하면 되지'는 문제에 부딪힌 당사자가 스스로 해내려는 의지를 다지는 느낌이랄까.

누구와 빗대어도 유독 씩씩한 그녀는 조금 까다로운 업무가 생겨도 '해보자, 하면 되지.' 라고 일을 시작했다. 물론 모든 일을 그녀가 떠안는 건 아니었다. 지금 생각컨데 그분도 '나도 잘 몰라. 감이 오지 않지만 일단 그게 뭔지 열어보자.' 의 의미로 그 말을 한 적도 있었을 거라 짐작한다. 큰 방향성과 줄거리만 잡아 주고 실무는 사고가 터졌을 때 수습만, 또는 중요한 업무 위주로 하는 타입이라 분명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이었지만, 나는 그 분과 일할 때는 항상 든든했다. 나는 맨주먹인 병사지만, 내 앞에 큰 총검을 들고 길을 내 주고 싸워 주는 전사가 있는 느낌이었달까. 그 호기로운 외침은 실체 없는 떠벌림이 아니었기에. 그래서 같이 일하지 않는 지금도, 왠지 실체를 몰라서 시작하기 두려운 업무도 나혼자 '하면 되지' 되뇌이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그 문제에 당면하여, 문제를 하나 하나 뜯어보기 시작하면, 정말로 할 수 있는 조각조각의 일이 되어 있다는 걸 자주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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