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제이네, 보눔 1957, 중남미문화원
9월 19일 일요일
아침, 스타벅스 원두 인도네시아 아체 를 오링냈다.
스벅 원두는 아무리 다양하게 사 봐도 그 다크하며 씁쓸한 듯한 느낌이 결국 스벅 답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단, 리저브 원두는 안 사봄) 그래서 스벅을 벗어나다 보면 원두 유목민이 된다고 하는듯.
약속된 장소로.
아주 오랜만에 동생 내외(이 표현 어색)가 한국으로 들어온 지라 우리 부모님과 식사를 같이 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나만 빼고 모두 백신 접종이 완료되어서, 인증하고 여섯명이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코스요리 주문.
아스파라거스 스프는 특별히 어떻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시원하고 고소한 콩물 같았달까..?
구운 가지로 만든 소스를 식전빵에 발라 먹는 코스, 소스가 되게 훈연 느낌에 구수했던 것 같다.
J와 이 식당에 처음 왔을 때가 무려 우리 소개팅의 애프터(!) 때였는데,
그 때도 이 비슷한 굴 요리를 먹었다. 굴 요리를 정말 잘 하는 집 같다.
라비올리는 1인 1개의 접시로 내어 준다. 요리에 따라 다른데 공동 접시로 내어주는 게 많다. 참고..
쿠스쿠스 샐러드가 특히 포슬포슬하니 식감도, 색감도 예뻐서 반응이 제일 좋았던 메뉴.
치미추리 소스를 곁들여 주는 스테이크.
이게 몇 조각 안되어 보이는데 안에 테트리스를 엄청 잘 해놓으셔서 여럿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사진은 3인용이다.
마지막 디저트로는 복숭아 아이스크림과 따뜻한 차 한 잔.
복숭아 아이스크림도 어떻게 이렇게 생과일 맛이 그대로 살아 있는지. 즐거웠던 식사.
카페 한 군데에서 커피를 마시고, 저녁 시간이 되기 전까지 조금 쉬었다.
회사에서 다같이 워크샵을 왔다가 식사를 했는데, 그 기억이 좋았었던 단풍나무집에서 저녁.
와인 한 병을 들고 갔다. 베린저 화이트 샤도네이.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 로제와인이 내가 최초로 기억하는 와인이기 때문에
- 무려 때는 2010년 겨울, 뉴욕 리틀이태리... -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 있는 베린저. 그래서 사 봤다.
하지만 이 집 샤도네이는 뭔가 지나치게 깔끔해서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기름이 떨어져서 가끔 불이 나지만 않았으면, 완벽했을 단풍나무집.
보눔 1957의 베란다에서 보이는 야경이다.
달이 왼쪽에서 떠올라서 점점 오른쪽으로 기울어 가는 게 보인다. 남산타워도, 별도 보인다.
새벽까지 맥주를 마시며 가족이 이야기했던 날.
9월 20일 월요일
아침에 J가 일어나서 온가족 커피 배달을 해 줬다. 내가 시킨 거 아니다.
미리 사 뒀던 레이어드의 스콘을 나눠 먹었다.
레이어드는 일하는 분위기가 미묘하게 비호감인데 왜 난 레이어드를 자꾸 가는가. 벌써 세번째다.
성북동면옥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뭔가 추석 전 주말에 굉장히 하드코어한 일정으로 다녔던 거 같은데
그래서 그런가 사진이 언제부터인가 없다.
이 오색만두 뒤로는 점심먹은 사진이 없음.^^;
9월 21일 화요일
추석 당일. 올해는 추석 연휴가 긴 것 같다.
사업계획 때문에 너무 고되었어서 그런지, 회사 사람들 입모아 제일 기다려지는 추석이라고 ㅠㅠ
나도 그랬다.
시댁에 가면 열살짜리 강아지가 있다. 나한테 잘 붙지는 않지만 귀여운 녀석.
별로 차린 것 없다고 안심시키셨으나... 반찬이 항상 많이 차려지는 식탁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날로 먹을 수는 없기에 소고기장조림을 한 솥 해갔다. 소고기장조림 부위로는 아롱사태가 제일 적합한 것 같은데 잘 안 팔고, 나는 그래서 홍두깨살 2kg 에 메추리알 1팩을 다 넣어서 만들어 갔다.
- 사진 없음 주의, 식탁 어딘가에 장조림 있음 -
병어찜도 너무 맛있다. 이렇게 큰 병어는 난 살면서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우리집에서는 안 하는 연근과 더덕 요리가 좋아서 반찬으로도 많이 받아왔다.
오후에는 카페 한 군데에 가서 여유를 부렸다.
강아지도 데려가고, 형님네도 오시고, 여럿이.
이 집 쑥떡쑥떡 이라는 빵과 소금빵이 둘다 되게 맛있었다. 쑥빵은 남아서 내가 냉큼 챙겨 옴.
집에 돌아와서는 아무래도 지치는 감이 있어 라면으로.
어머님이 반찬을 주실 때 겉절이처럼 담근 배추김치도 같이 주셨는데, 저게 마치 칼국수맛집에서 나오는 김치 처럼 달큰하고 아삭해서 바로 개봉했다. 이미 우리 집에서 사라진 배추김치.
9월 22일 수요일
연휴의 마지막날, 추석 여파로 배가 안고파서 점심으로 감자튀김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먹었음...
저녁으로는 어머님이 주신 LA갈비를 구워서.
9월 23일 목요일
나는 이제 스크램블에그도 좀 하는 것 같다.
호텔조식을 먹으려는 건 한 70%쯤은 스크램블에그 때문인데, 이제 호텔조식 부럽지 않아지는 건가. (으쓱)
시댁에서 배워 온 코바느질을 좀 해 보았다.
공교롭게도 노란색, 흰색 실을 받아와서 달걀프라이 수세미를 만들 수 있었다.
기억도 잘 안나고, 힘조절도 안되고 분명 빠진 코도 있을 테니 엉망진창이지만 어쨌든 한개 ...완성.
코 개수 조절을 잘 하면 평평하게 되고, 이걸 일부러 조절해서 진짜 달걀프라이처럼 하기도 하고 그렇더라.
오후에는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LA갈비는 명절 시즌에 바짝 맛있게 잘 먹어줘야 한다.
J가 얼마 전에 로네펠트 티를 4종류나 사 둬서, 그 중에 아쌈티를 우려서 밀크티 해 먹음.
9월 24일 금요일
아침으로 파리바게뜨 상미종 식빵을 토스트해 먹었다.
베란다에서 잘 크고 있으나 너무 개체 수가 많아서 와글대는 케일과 깻잎 새싹을 일부러 조금 땄다.
냉장고에 1개 남아 있는 메밀국수에 얹어 먹었다. 깻잎은 신기하다. 그 조그만 새싹부터 깻잎 향이 많이 난다.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무기력해서 그런건지 낮잠을 실컷 잤다.
저녁으로는, 뭘 먼저 먹자고 잘 말하지 않는 J가 이야기한 마라샹궈.
9월 25일 토요일
동생이 주고 간 카야잼과 함께 토스트.
고양시에 있는 중남미문화원에 갔다. 7천원 정도에 타코를 팔고 있는데 제법 맛있다.
구경할 거리도 많고, 처음 설립한 사람의 어떤 노력과 집념 같은 것이 많이 느껴져서 감탄하며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