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84

by 온정선

우울하고 추웠던 어떤 겨울날

아침 산책하다 삼청동까지 갔었다.


새벽부터 비가 내려

바닥이 축축했던 도시를 걸으며

대지가 내 온몸을 잡아당기듯 녹아내리듯

가라앉는 기분으로 도착한 국제갤러리.


온통 하얀 벽면 위에 걸린 바스키야 그림들


그림인 듯 낙서인 듯


왜인지 모르겠는데 웃음이 났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그때 그날을 잊지 못하여

비가 오면 머릿속에서 무한반복되는 장면


그의 생애는 잘 모른다.


그저 나는 바스키야 그림을 보고

다시 걸어갈 힘을 느꼈고

집으로 잘 돌아갔다(?)



그림의 힘인지

전시의 힘인지


언제가 다른 곳의

바스키야 그림을 보았던 거 같은데

그때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오래전 그날에나 가능했던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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