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고 추웠던 어떤 겨울날
아침 산책하다 삼청동까지 갔었다.
새벽부터 비가 내려
바닥이 축축했던 도시를 걸으며
대지가 내 온몸을 잡아당기듯 녹아내리듯
가라앉는 기분으로 도착한 국제갤러리.
온통 하얀 벽면 위에 걸린 바스키야 그림들
그림인 듯 낙서인 듯
왜인지 모르겠는데 웃음이 났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그때 그날을 잊지 못하여
비가 오면 머릿속에서 무한반복되는 장면
그의 생애는 잘 모른다.
그저 나는 바스키야 그림을 보고
다시 걸어갈 힘을 느꼈고
집으로 잘 돌아갔다(?)
그림의 힘인지
전시의 힘인지
언제가 다른 곳의
바스키야 그림을 보았던 거 같은데
그때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오래전 그날에나 가능했던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