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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가는 감각들

by 온정선

꺽여진 상상력

무뎌진 몸뚱아리

머리 위에 있던

주파수 더듬이는 사라진 지 오래이고

나는 어느새

말하는 법도 잃어버렸네


침묵은 금이라고 했던가

봄이 만들어 놓은 꽃이라고 했던가

모든 것은 순리인가

나는 점점

생각하는 힘도 잃어가고 있구나


너에게

존재가 너무 무겁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그날 이후부터였을까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조차 없구나


하지만 어젯밤

아주 잠깐, 잃어가던

내 머리 위 더듬이가

아주 잠깐,

미세하게 떨리는 감각을 느꼈어


나는 조금씩

다시 살아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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