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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못한 책들에 대하여

by 온정선

누군가 내 글에서

배수아와 하루키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기억력이 썩 좋지 않은 나는
그 말이 조금 의아했다.

그들의 문장을 따라 쓰는 건
지금의 내 기억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한동안 그들의 책을 읽지 못했다.
사두기만 하고 펼치지 않은 책도
몇 권이나 되었다.


그 말을 건넸던 친구와는
언제부터인지 연락이 끊겼고,
그 사이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비슷해서 좋아한 걸까.
좋아해서 닮아간 걸까.


나는 아직도 그게 참 궁금하다.


그러다 아주 아팠던 어느 날,
침대에 누운 채
친구에게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조금만 읽어달라고 부탁했던 날이 떠오른다.


친구는 느슨한 목소리로 하루키의 문장을 읽었고,
그러다 문득,
“이거, 네 글 같아.”
하고 말했다.


나는 웃음이 터져버렸고,
그 웃음 끝에서 눈물이 흘렀다.


비슷해서 좋아진 걸까.
좋아해서 비슷해진 걸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마침내에도

결국은

알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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