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은수는 다시 꿈을 꾸었다.
선택하지 않은 어떤 남자와의 미래, 그리고 그 자녀들의 또 다른 자녀들.
어쨌거나 미혼인 은수에게는 없는 자녀가 있는 삶이었다.
가본 적 없는 지방의 어느 도시, 낯선 집, 그 집의 뒷마당 그리고 카메라.
꿈은 단편처럼 이어졌고, 그 안에서 은수의 아이들인 남매는 서로 싸우고 있었다.
은수는 딸에게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눈을 떴다.
지나간 것들.
그리고 꿈.
이제는 흘려보내야 하는 것일까
은수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제 그만 보내주자.
꿈도
과거도
일어나지 않을 미래의 일들까지
그런데 왜 자꾸 이런 꿈속에서 방황하는 것일까
문득 은수는 낯선 꿈속 도시의 집 뒷마당에 있던 어둡고 비밀스럽게 우거진 풀과 작은 늪이 떠올랐다.
그 늪은 뭐였지.
그 늪은 마치 은수에게 다시 돌아오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은수는 컵을 내려놓았다.
목을 타고 내려간 물이 몸 안 어딘가에 조용히 가라앉는 동안
자신의 기억이 조금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 가본 적 없는 도시에 있었는데.
낯선 집의 뒷마당,
빛이 바랜 담장,
손에 들려 있던 카메라.
카메라를 만졌던 감각이 손끝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놓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놓친 것은 그였을까
아니면 또렷이 기억나지 않는 꿈의 조각일까
그때 창문 너머로 아주 희미하게 소리가 들렸다.
파도 소리였다.
은수의 시선이 천천히 창 쪽으로 향했다.
여기서는 들릴 리 없는 소리.
그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마치, 골목 끝을 돌면 곧바로 바다가 나타나던 그 도시처럼.
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문을 바라보았다.
열어본 적 없는 방향.
익숙하지 않은 위치에 있는 문.
무엇인가 어긋나 있었다.
아. 개츠비가 없지.
현실이었다면 분명 물을 마시고 있는 은수에게 다가와 두어 번 몸을 스쳤을 것이다.
아직 깨어난 게 아니라는 것을 자각했다.
여전히 현실이 아님이 분명했다.
저 문을 열면,
그 도시가 다시 이어질 것이다.
꿈은 지금까지 끝난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