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920
"좀 더 하려는 모습이 없어. 조금만 더 하면 더 잘 될 수 있는 거 너도 알지?"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난 좀 더 안 한다. 안 해도 난 괜찮다. 어설프지만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며 칭찬 같은 훈계를 들었다. 그가 하는 말도 틀린 것은 아니라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를 가진 능력에 비해 노력을 안 하는 사람이라 했다. 그 말에는 내가 게으르다는 뼈가 들어있었다.
'음, 게으른 건 아닌데 노력을 안 하는 건 맞아. 근데 그러면 안 되나?'
속으로 생각하며 그의 눈과 뒷유리로 비치는 사람들을 번갈아 봤다. 최대한 돌려 말하려는 그의 노력이 눈에 읽혔다.
"너 눈치도 빠르잖아"
"네"
맞다. 난 눈치 빠르다. 그래도 그걸 내 업무에 활용할 생각이 없다.
"여자친구한테도 그러니?"
"아뇨"
그는 자꾸 어긋난 핀트로 돌려 말하려 했다. 하고 싶은 말은 하나면서.
'더 열심히 일해라'
'요즘 좀 열심히 안 하긴 해서 조금은 더 하고자 하겠는데, 그래봤자 평소 해온 만큼이야. 더 열심히 할 생각은 없어. 안 해.'
안 하는 게 안 된다면 지금 하는 직업은 언젠가 포기해야겠지. 포기할 것이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