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23
1월 23일은 형의 생일이다.
형의 생일인 오늘 어머니가 허리 수술을 했고 복순이는 죽었다.
사실 이게 불행인지 잘 모르겠다. 내심 여러 불행한 것들이 한번에 들어와 다른 불행을 상쇄시키길 바란다.
요즘 엄마가 많이 아프다.
7살 때 허리 디스크 수술한다고 입원했을 때 엄마 없는 아침이 그렇게 슬펐다. 고모가 차려주는 아침이 그렇게 싫었다.
엄마는 내가 10대 때 목디스크, 20대가 됐을 땐 아킬레스건이 아팠고, 30대가 되니 다시 허리 통증이 도졌다. 엄마는 항상 아팠다.
그래서 요즘엔 매주 엄마에게 하는 전화가 무서웠다. 엄마 목소리에 힘이 없을까 봐.
엄마의 힘없는 목소리를 들으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한숨만 같이 쉬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설 연휴 전날인 오늘 엄마가 수술했다. 2주 정도 입원해야 한단다.
나는 엄마를 닮아서 아무 말 없이 참는 엄마의 성격을 조금은 안다.
한 달 전, 고모부가 돌아가셨을 때 봤던 복순이는 힘은 없어 보였지만, 이렇게 갑자기 떠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태어난 지 열다섯 해가 지났어도 침대 위로 펄쩍 잘 뛰어올라왔고, 이빨은 조금 없어도 어떻게 밥을 챙겨 먹긴 했다. 지난 주말에 형과의 통화에서 복순이가 갑자기 아프다는 말을 들었고, 제발 내가 내려갈 때까지는 살아있길 바랐다. 그리고 조금 전 복순이가 죽었다는 형의 전화를 받았다. 내일 아침이면 볼 수 있었는데.
다른 동물들과 달리 개는 끊임없이 인간을 관찰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본 적 있다.
어쩌면 복순이는 엄마가 아파서 그렇게 서둘렀을지도 모른다. 엄마 때문에 복순이가 죽은 걸까, 엄마의 고통을 복순이가 챙겨간 걸까. 그렇다면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나쁜 생각을 했다. 그래서 슬픈지 잘 모르겠다. 내일 부산 잡에 가면 허전하겠지.
복순이는 항상 외로워 보였다.
그런 복순이를 나는 안아주는 것밖에 못해줬다.
며칠 전, 꿈에 복순이가 나오긴 했다.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진 않아 조금은 기다려줄 줄 알았는데 매섭게 갔다.
오늘 꿈에는 나오려나. 잠은 오려나.
엄마는 얼마나 슬플까. 퇴원 후 돌아간 집은 얼마나 조용할까.
형의 생일은 복순이 기일이 되었다.
이번 설은 차례를 안 지낸다. 처음이다. 조용한 설일 것 같다.
내일은 복순이 화장시키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