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만들어질지 모를 습관 모임 제작물의 머리글 개념이겠다.
습관을 만드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월 단위로 개설되는 채팅방에서 참여자들이 자신의 습관을 인증하면, 나는 참여자들의 인증 여부를 정리해 이튿날 공유한다. 모임 참여자는 다른 사람들의 습관을 보며 일종의 자극을 받고, 내가 정리하는 인증 현황을 통해 마음을 고쳐 잡으며 습관을 만들어간다.
습관 모임은 사라지는 게 목표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 모임에 닿아있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습관 만들기에 성공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이 적어질수록 이 모임의 목표에 가까워지는 게다.
이 글은 혹시 만들어질지 모를 습관 모임 관련 제작물의 머리글 개념이겠다. 잠잠히 운영해온 습관 모임은 어언 2년이 넘었고, 26명의 참여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브런치 매거진에 업로드 중이다. 그렇게 쌓인 26개의 인터뷰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사실 이 모임은 아류다. 내가 과거에 잠깐 활동했던 습관 만드는 동호회에서 착안했다. 다른 점이라면 비대면이고, 친목을 최소화한다는 점 정도, 시국에 맞춘 취지는 아니었는데 얼결에 이렇게 됐다. 사람들 모두 각자 만들고 싶은 습관이나 루틴 하나쯤은 있을 거였고, 운영 방식은 동호회 활동으로 대략 알고 있었으니 시작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2020년 6월, 습관 모임 채팅방을 만들었다.
모임의 규칙은 운영진과 참여자 모두가 편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야 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자리 잡은 규칙은 다음과 같다.
규칙
- 하루 단위로 인증할 수 있는 습관을 설정
(습관 여러 개로 일주일 습관 구성하는 것 가능,
예: 주 3회 운동, 주 2회 공부)
- 매일 인증할 수 있는 결과물 공유
- 평일 하루 중 인증 / 주말, 공휴일은 자율
- 미인증은 6회까지만
(7회 이상 미인증 시 다음 달 참여 불가,
그 다음 달부터는 참여 가능)
- 평일 미인증 시 해당 주 주말에 인증하면 인정
(횟수 제한 없음)
- 이틀 이상 부재 시 사전에 말하면 제외
감사하게도 한 모임 참여자분은 위 규칙에 대해 ‘군더더기 없다’고 평해주셨다. 페널티에 대한 고민은 아직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인증 현황이 다른 사람에게 공공연히 드러나는 것만으로 약간의 가책과 자극이 따라갈 것이고, 그것이 페널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예치금을 걸자니 모임의 취지와 안 맞고… 은근한 자율성을 주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다.
어디서 본 것 같으면서도 (아마도) 아닐 이 로고 역시 운영진이 만들었다. 점이 모여서 선이 되듯이 하루하루 인증하는 습관을 모아 일상으로 만들자는 의미를 담았다.
2020년 6월, 시범 모임을 끝내고 나니 채팅방에서 사람을 일일이 내보내고 초대해야 하는 상황이 불편했다. 참여자들에게 강퇴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을뿐더러 새로 들어오는 참여자를 반겨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고인물이 되어간다는 느낌도 주고 싶지 않았다. 이러한 내 사려 깊은(?) 마음에 기반해 습관 모임은 매월 새로운 오픈채팅방에서 첫인사와 자신의 습관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하지만 이 운영 방식은 단점도 존재했는데, 각자가 한 달간 만들어간 기록이 새로운 달이 시작될 때마다 사라진다는 거였다. 그게 아까웠다. 달마다 채팅방이 새로 생기고 사라지면서 각자가 해온 노력이 없었던 일이 돼버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한 게 인터뷰다. 운영진으로서 참여자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이라면 혜택이다. 매월 인상 깊은 행보를 보이는 참여자를 선정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다행히도 일로써 인터뷰를 적지 않게 해본 관계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인터뷰는 몇 가지 공통적인 질문과 함께 개개인의 습관에 관한 내용,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하는 인터뷰이만의 태도를 담고자 한다. 인터뷰이는 내 주관에 의해 선정되지만, 상황에 맞게 다양성을 추구한다. 첫 달부터 꾸준히 함께해 주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참하게 인증에 실패해버린 사람도 있다. 인터뷰는 2~3개월에 한 번씩 브런치에 업로드되며, 지금까지 스물여섯 명의 인터뷰가 게재되었다. 장기적으로는 이것들을 모아 제작물로 엮어볼까 생각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없어지는 게 목표인 모임이지마는 너무 빨리 없어지면 조금 곤란하다.
모임의 조기 종식을 막기 위해 풀어나가야 할 과제 중 하나가 ‘신규 참여자 유입’이다. 그동안 운영진과 연고가 없는 분도 몇 계셨지만, 참여자들은 대부분 운영진의 지인들이다. 입소문을 타 자연스러운 유입이 시작되면 좋겠건만, 그 입소문도 어떠한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걸 깨닫기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모임 시작과 함께 만들었던 SNS 계정은 초기에 콘텐츠랄 게 없어서 활용을 못 했다. 그래서 2020년을 와신상담의 마음가짐으로 보냈다. 2년 넘게 브런치에 꾸준히 콘텐츠를 모아왔고, 인스타그램 계정과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블로그에도 하나씩 올리려 한다.
2020년 12월 31일에 썼던 이 글의 마지막 문단에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써놨었다. 고민해야 할 것들로 1) 규칙 보완, 2) SNS 활성화, 3) 네이밍, 4) 부가 콘텐츠 정도를 꼽았다. 최근에 개편한 규칙은 참여자들의 의욕을 조금이나마 높여놨다고 생각한다. SNS는 그런대로 꾸준히 업로드할 포맷을 잡았고, 네이밍은 담백하게 그대로 가고 있다. 요즘 고민거리는 부가 콘텐츠다. '비대면' 키워드에서 시작한 습관 모임이지만, 언젠가 한 번은 대면 모임을 주최해 볼까도 생각 중이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하니 고민이 많다. 습관 모임이 사라지는 날이 그동안 참여해 줬던 당사자들이 실제로 대면하는 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 줄 정도는 아니고, 잠잠한 이 모임이 부디 씩씩하게 사라질 수 있도록 소극적인 응원을 부탁해 본다.
습관 모임 모집은 매월 말 이루어집니다. 참여 문의는 인스타그램 DM으로 부탁드립니다. (@clubhb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