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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 Jan 21. 2022

범일동

220120

오랜만에 부산 집이다. 범일동 집. 토요일 낮에 혼자다. 여느 때처럼 부모님 방에 있는 컴퓨터로 축구 게임을 하고 있다. 복순이도 있다. 나이 든 복순이는 예전만큼 나한테 다가오진 않지만, 컴퓨터를 하고 있을 때면 꼭 내 허벅지로 올라와 잠을 잔다.


다섯 시쯤이 돼서야 밖에서 기척이 났다. 대문이 열리고 옥상으로 이어지는 소리의 주인은 빨래를 걷는 아빠일 게다. 복순이는 누군가 왔다는 사실에 바닥으로 뛰어내려 신나게 꼬리를 흔든다. 그러더니 마루로 가서 대변도 봤다. 그러곤 다시 신나게 춤 춘다. 복순이의 대변을 치우기 싫은 나는 몰랐던 척하려고 마루로 이어지는 문을 닫는다.


빨래를 들고 들어온 아빠는 나를 보더니 말한다.

- 왜 전화 한 통화도 안 하냐.

- 요즘 맨날 집에 늦게 들어가서 전화하려 해도 아빠 항상 자고 있을까봐 안 했어요.

- 그래도 네 전화 오면 다 받지.


아빠는 지난주쯤에 일하던 직장에서 그만 나오라고 통보받았다. 겨울이라 일거리가 없던 건지 관리소장은 주차 카드를 반납하라고 말했단다. 엄마는 원치 않게 퇴직당한 아빠가 걱정됐는지 나와의 통화에서 아빠한테 전화 한번 하라고 말하긴 했었다.


그런데 아빠는 평온해 보인다.

- 그만 나오라 했는데도 그냥 출근했었어. 출근해서 멍하게 앉아있었는데, 소장이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더라. 왜 그러냐 물었더니 젊은 아르바이트가 연락도 없이 출근을 안 해서 일손이 부족하다는 거야. 그날부터 다시 일하고 있어. 소장은 그때 나한테서 빛이 났더라나.


말하는 아빠의 표정엔 여유가 있어서 보기 좋았다. 아빠는 스스로 노력해서 다시 일자리를 구했다. ‘다시 나만 잘하면 되는구나’ 생각했다. 복순이는 평소 아빠를 무서워함에도 연신 꼬리를 흔들면서 반가워했다. 입에 들어온 복순이 털 한 가닥 때문인지 입안이 간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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