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825
어제저녁, 검은색 반소매 티셔츠에 동물의 털이 잔뜩 붙은 사람을 지나쳤다. 조금 전에는 길가의 새끼 고양이에게 물을 주는 배달원도 봤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니 모르는 사람들이 내 책장에 꽂힌 책을 가져가려 한다. 그 책들은 내 것이라고 말했는데도 들은 척도, 보는 척도 하지 않는다. 몸으로 막자 사람들은 그제야 나를 바라본다. 그러곤 마치 '아, 왜 너인지 알겠다'는 묘한 표정들, 나는 영문을 모른다. 갑자기 사람들이 고양이로 변하기 시작한다. 일반 고양이보다 몸집이 큰 고양이들로 변해간다. 다행인지 모든 사람이 고양이로 변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의 특성이라면 '고양이'라는 말을 안다는 것. 그들은 누가 부른 것처럼 일제히 어딘가를 향해 걸어간다. 나는 어떤 집 문 앞에 붙어 그들과 몸이 닿지 않기만을 바란다. 마음 같아서는 그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거기에도 고양이 몇 명이 있을 것 같아 차마 문을 열지는 못한다. 어딘가를 향하는 고양이들은 나를 신기하게 보면서 걸어갔고, 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들지 않는다. 이제 고양이들과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마스크가 중요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